[바둑] '이<李> 빠진' 결승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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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기사가 빠진 외국 기사끼리의 세계대회 결승전이 8년 만에 펼쳐진다. 28일 상하이(上海)에서 시작되는 LG배 세계기왕전(우승상금 2억5000만원) 결승전이 그 무대다.

외국 기사끼리 맞붙은 메이저 세계대회의 마지막 결승전은 1997년 도쿄(東京)에서 열린 마샤오춘(馬曉春.중국) 9단 대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일본) 9단의 후지쓰배 결승전이었다.

중국의 위빈(兪斌) 9단과 일본의 장쉬 9단이 격돌하는 이번 LG배 결승전은 쌍방 공한증(恐韓症)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싸우는 한판 승부가 될 것 같다.

결승전에 유독 강한 한국은 그동안 중.일 기사에겐 공포의 대상이었고 이런 심리상태 때문에 그들은 더욱 힘든 승부를 펼치곤 했다.

대만 출신의 장쉬 9단은 린하이펑(林海峯) 9단의 제자로 성장하여 일본에서 명인과 본인방 타이틀을 양손에 거머쥐고 있는 대만의 영웅이다.

그런 점에서 대만에선 이번 결승전을 중국 대 일본이 아니라 중국 대 대만의 대결로 보고 있다. 장쉬는 조한승 8단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아직 세계대회 우승컵은 없지만 25세의 청년이어서 미래가 창창하다.

중국의 위빈 9단은 이미 2000년에 LG배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중국랭킹은 4위. 38세 나이로 전성기를 지났지만 준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꺾어 대륙의 바둑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는 이창호에게 1승11패로 크게 밀려왔지만 지난 1월의 LG배에서 믿을 수 없는 승리를 거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장쉬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장쉬는 최근 상승세인데다 실력도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번 이창호 9단도 농심배 5연승에 나설 때 "최대 난관은 장쉬"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장쉬는 지난 20일 요다 노리모토(依田基紀) 9단을 꺾고 NHK배 우승컵을 따내 현재 일본 4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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