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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음 때려" 교사에 휴대폰 내미는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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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중학교의 A교사(29·여)는 최근 수업 도중 겪은 일을 잊지 못한다. 수업 중 떠드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자 이 학생은 “아, 왜 그러는데요. 진짜 재수없게”라며 대들었다. 화가 나서 재차 혼을 내려 하자 이 학생은 “자신 있으면 때려보든지”라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는 더 이상 훈계하지 못하고 수업을 서둘러 마쳤다. A교사는 “다른 교사들에게서 말로만 듣던 일을 막상 겪고 보니 수업에 자신감도 없어지고 아이들을 마주 대하면 겁부터 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처음 겪은 일이어서 혼자 참고 말았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면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10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이후 교권침해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인권만을 강조한 탓에 정작 교사들이 설자리가 좁아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의회 금종례(새누리·화성2) 의원에게 제출한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교육청에 보고된 교권침해 사례는 2009년 131건이었다. 2010년엔 134건으로 별 차이가 없었으나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이후인 2011년에는 665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각 학교에서 기록해 보관하는 학생징계대장에 근거한 수치로 교육계에서는 실제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사에 대한 폭언과 욕설이 특히 크게 늘었다.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104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75건이나 됐다. 수업 진행 방해도 2010년 4건에서 2011년에 32건으로 늘었다. 교사를 폭행한 사례도 5건(2010년)에서 17건(2011년)으로 급증했다.

 안산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아이들 사이에선 교사에게 반항하거나 골탕 먹이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며 “학생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교사가 재량껏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어 교권 추락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자료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폭언 같은 가벼운 교권침해 사례는 체벌 등 현장지도를 통해 교사가 스스로 해결해 통계에 잡히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두 보고해 집계하기 때문에 수치가 늘었다는 것이다. 정상영 경기도교육청 부대변인은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사소한 교권침해도 체벌이 아닌 선도위원회를 통해 공식절차대로 해결토록 하고 있다”며 “교권침해 사례가 다소 늘었지만 학생인권조례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는 최근 교권 보호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학생과 학부모가 수업이나 교육적 지도를 방해하거나 간섭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안은 이르면 다음 달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2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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