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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 책동네] '우산 쓴 지렁이'

중앙일보

입력

아동책 시장이 부쩍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집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오은영씨의 신간 『우산 쓴 지렁이』는 우선 등장 자체만으로 반갑다.

이 동시집은 소박한 시골 풍경 속에 아침이슬을 리듬감있게 형상화한 작품 '아기별이 잃어버린 구슬' 로 시작된다.

"호박꽃잎 위에는 노랑 구슬/가지꽃잎 위에는 보라 구슬/고추잎새 위에는 초록 구슬//밤새워 아기별들이/구슬치기하다/서둘러 돌아간/텃밭 놀이터…햇살이/손 뻗어/조심스레 주워 담는다."

그렇게 엄마가 잠자리에서 읽어줄 만한 동시집이다. 199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더 멀리, 더 높이, 더 깊이' 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엄마 작가가 두 아이를 키우며 되찾은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 말투를 흉내낸다고 설득력있는 동시가 되는 것은 아닐진대, 그런 혐의가 없지 않은 이 동시집은 완성도 면에서는 유감스럽게도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아이들 눈높이에 단순하게 맞춘 탓인지 세상을 다소 밋밋하게 풀고 있기 때문이다.

"아가 입 속에/싹이 나요. //반짝반짝/하얀 싹. //…누가 씨를 뿌렸을까요. /고 조그만 밭/아가 입 속에. " ( '아가 이' 부분)

아이가 아이를 보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환히 그려지지만, 이오덕씨가 지적한 이른바 짝자꿍식 동요에서 크게 멀지 않다.

그렇지만 왁자지껄한 아이들 때문에 정신없는 선생님을 묘사한 '……' 라든지 세상엔 궁금한 게 너무 많다는 '?' , 모처럼 학교에 안가고 쉬는 일요일을 기대하는 심리를 그린 ',' 등의 독특한 제목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작가가 직접 그렸다는 삽화들도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너무 평범한데다가, 편집 역시 요령부득이라 어린이들 시선을 붙들기에는 다소 힘에 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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