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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팀결산 (18) -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중앙일보

입력

이론상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2000시즌은 1999시즌보다 더 좋아야만 했다.

존 스몰츠가 빠지긴 했지만, 99시즌 내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세명의 주전 멤버 - 안드레스 갈라라가, 하비어 로페즈, 케리 라이텐버그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규시즌의 승수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3전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 둑에 생긴 작은 구멍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글래빈은 99시즌보다 7승이 더 많은 21승을 올렸으며, 매덕스도 방어율을 0.57포인트 끌어내렸다.

라이텐버그의 재기도 성공적이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한 시즌을 건너 뛴 라이텐버그는 셋업과 마무리를 오가며 12세이브·12홀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운드는 흔들렸다.

99년 18승(7패, 2.68)을 따내며 내셔널리그의 차기 에이스로 떠올랐던 케빈 밀우드는 10승13패 방어율 4.66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그의 부진을 과도기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지던 밀우드가 체인지업, 커브 등 제3의 구질을 다듬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여파로 직구의 위력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밀우드도 시즌이 계속되면서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존 로커는 잘못 놀린 혀끝의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유색인종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던 로커는 시즌내내 트레이드 카드로 거론됐고, 중간에는 마이너리그도 내려가기도 했다.

2배가 뛰어버린 9이닝당 볼넷허용수(8.15개)는 로커의 2000시즌을 잘 대변해주는 수치.

지난해 역시 내셔널리그 최강의 투수진은 애틀란타였다. 하지만 점점 약해져가는 3인방, 잇따른 마이너리거 등용 실패(오달리스 페레즈, 브루스 첸)로 애틀란타라는 튼튼한 둑에는 작지만, 불길한 구멍 하나가 생겼다.

◇ 야구는 투수놀음이 아니다

갈라라가의 2000시즌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였다. 갈라라가는 28홈런-100타점으로 맹활약하며 1년동안 투병생활을 한 장본인이란 사실을 무색케했다. 클러치 상황에서 올린 7개의 홈런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갈라라가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났다.

'앙팡 테리블' 앤드류 존스는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으며(.303 36홈런-104타점), 치퍼 존스도 MVP를 수상했던 99시즌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유격수 라파엘 퍼칼은 더블A에서 직행한 두번째 성공사례로 등록되며 신인상을 차지했고, 무릎부상으로 포수인생이 불투명했던 로페즈 역시 마스크를 고쳐썼다.

이렇게 많은 긍적적 요인이 있었지만, 애틀란타의 득점생산력은 오히려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가장 실망을 안겨준 이는 브라이언 조던. 99시즌 4번타자로 나서 갈라라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던 조던은 시즌 내내 부상과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3 트레이드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오프시즌 때 애틀란타는 라이언 클레스코와 브렛 분을 샌디에이고로 보내고 월리 조이너, 레지 샌더스, 퀼비오 베라스를 데려왔다. 베라스와 샌더스가 최대약점인 1-2번타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실제로 베라스는 훌륭한 리드오프였다. 하지만 그는 시즌에 절반에 해당하는 78경기를 벤치에 앉아 있었다. 샌더스는 한 술 더 떴다. 59경기를 결장하기도 했지만, 출장한 경기조차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다.

지난해 애틀란타는 내셔널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95승을 올렸지만, 그들이 기록한 810득점은 6번째에 불과했다.

◇ 3인방의 시대는 끝나가고

지난 10년간 메이저리그 최다승(955)을 기록한 애틀란타의 전략은 투수력에 기반을 둔 야구였다. 그에 따른 전술로서 터너 필드를 지었고, 파워 좌타자들을 내보내며 투수력 보강에 전력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의 포스트시즌과 지난 2년동안의 정규시즌을 통해, 이제는 그들의 야구철학이 수정되어져야 함이 밝혀졌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 같은 무한투자의 길을 포기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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