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농구·배구 경기 지연

중앙일보

입력

15일 새벽부터 수도권 일대에 집중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과 슈퍼리그 배구 3차대회 경기가 선수들의 지각 도착으로 지연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에 대해 구단측에서는 폭설로 인해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제때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피성을 내세웠으나, 주최측은 악천후를 감안해 보다 일찍 서둘렀어야 한다며 구단측에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프로농구= 이날 오후 장충체육관에서 속개된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삼성생명 선수들이 경기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경기 시작이 25분간 지연됐다.

삼성생명은 서초동 숙소에서 구단 버스로 체육관을 향해 출발했으나 이태원 부근에서 폭설로 인한 교통 체증에 걸려 원래 경기 시작 시간인 2시15분께 가까스로 도착했다.

교통 체증이 풀리기를 기다리다 포기한 삼성생명 선수단은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인근 삼각지역까지 가서 전철로 갈아타는 촌극을 빚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규정상 출전팀은 경기시작 1시간전까지 경기장에 도착해야 하지만 폭설로 인한 천재지변이 지각 사유라는 점을 들어 경기시작 시간만 2시40분으로 늦췄다.

하지만 한빛은행은 폭설에도 불구하고 규정대로 오후 1시께 경기장에 도착했었고 관중들도 삼성생명 선수들이 도착하기만 멍하니 기다려야 했다.

여자프로농구 관계자들은 "아침부터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 만큼 삼성생명이 교통체증 등에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며 "프로구단이 팬들과의 약속인 경기시작 시간을 어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구슈퍼리그 = 출범 18년째를 맞은 배구슈퍼리그가 천재지변으로 제때 경기를 갖지 못하는 초유의 해프닝이 빚어졌다.

이날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3차대회 삼성화재-상무전은 삼성선수단 버스가 도로에서 발이 묶이는 바람에 당초예정보다 15분 늦은 오후 2시15분에 시작됐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선수단 버스는 도로 사정을 감안, 오전 11시30분에 일찍 숙소인 용인 수지체육관을 출발했으나 오후 1시께 삼성의료원 앞 수서 고가도로 위에서 그만 발이 묶였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대한배구협회는 "천재지변인 관계로 부전패(不戰敗)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가 경기시작 1시간전 도보로 미리 도착한 상무측의 반발을 우려한 나머지 "원칙대로 규정을 적용할 것"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협회의 부전패 규정은 휘슬이 울린 지 15분 후 적용된다.

이에 당황한 신치용 감독을 비롯한 삼성화재 선수단은 버스에서 내려 2㎞거리의 학생체육관까지 뛰거나 도중 차에 올라타는 등 천신만고 끝에 1시55분에야 코트에 골인했다.

이한구 협회 경기이사는 "평생 처음있는 일이라 정말 아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울=연합뉴스) 이상원.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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