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긴발둥글게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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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긴발둥글게.

지금까지 국내에선 확인되지 않았던 우렁쉥이·게·지렁이류의 무척추동물 323종이 새로 발견됐다. 이 중 151종은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종(種)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2011년 자생생물 조사·발굴 연구사업’ 결과를 공개했다. 이 사업은 2006년 시작됐으며 연평균 200종 정도가 새로 발견됐다.

 지난해 사업에서는 어리납작털배벌레 등 15종의 복모동물 신종이 발견됐다. 플라도다시데과(科)의 종처럼 동아시아에서는 처음 발견된 종도 포함됐다. 모래 틈에 사는 복모동물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동물로 배에 특징적인 털을 가지고 있다.

 게·가재 같은 십각류 중에서는 긴발둥글게가 국내에서 처음 관찰됐다. 긴발둥글게는 주로 일본 남부에서 발견된다. 환형동물에 속하는 지렁이류는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 발견된 ‘아민타스 가거도’를 비롯해 신종 6종과 미기록종 40종이 확인됐다.

또 우렁쉥이의 일종인 ‘아시디엘라 아스퍼사’와 ‘몽굴라 마나타넨시스’가 발견돼 국내에 사는 우렁쉥이는 모두 5종으로 늘게 됐다. 생물자원관의 조주래(동물자원과) 연구관은 “지렁이 등 국내 전문가가 부족한 분류군에 대해 외국인 연구자를 참여시킨 덕에 전문성을 높이고 발굴 속도도 빨라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괭이갈매기가 야생에서 15년 이상 장수(長壽)한다는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2~2003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홍도에서 번식하는 괭이갈매기 109마리에 표지용 가락지를 달고 관찰한 결과, 2008년 18마리에 이어 올해 8마리가 재발견됐다고 밝혔다.

 관리공단 권영수 박사는 “괭이갈매기가 번식을 하려면 최소 4~5년생은 돼야 한다”며 “가락지를 부착한 지 9~10년이 지났으므로 이번에 관찰된 괭이갈매기는 태어난 지 15년 정도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처럼 야생동물의 수명을 직접 측정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사는 괭이갈매기들이 매년 4월이면 예전에 사용했던 둥지로 되돌아와 번식한 뒤 8월에 떠나는 습성을 이용해 이뤄졌다. 향후 추적조사에서 수명이 더 길다는 사실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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