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메이커호, 지구 근접 소행성 에로스 착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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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주탐사선 `지구 근접 소행성 랑데부(NEAR)-슈메이커''호(號)가 13일 새벽(한국시간) 착륙한 433-에로스는 고운 먼지로 뒤덮인 뉴욕 맨해튼 크기의 고구마 모양 소행성이다.

달, 금성, 화성에 이어 인간의 우주선이 착륙한 4번째 천체인 에로스는 길이가 33㎞로 다른 지구 근접 소행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 때문에 이번 슈메이커의 탐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달 다음으로 가까운 지구의 이웃인 지구 근접 소행성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위 `소행성대(小行星帶)''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로스의 중력은 매우 약하지만, 슈메이커가 1년동안 궤도를 돌 수 있을 정도의 중력은 갖고 있다. 지구에서 몸무게가 90㎏인 사람이 에로스에서는 50g에 불과하며 지구에서 1m의 높이를 뛸 수 있는 사람이 에로스에서 같은 강도로 높이뛰기를 할 경우 무려 1㎞나 뛰어 올라 자칫 에로스의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기온은 낮에 영상 100도, 밤에 영하 150도로 일교차가 매우 심하다. 지구와 에로스 사이의 거리는 3억1천600만㎞(태양-지구 거리의 약 2.1배)로 슈메이커에서 신호를 보내면 지구에 15분후 도착한다.

에로스 연구는 지구를 향해 질주하는 소행성이 지구를 빗겨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소행성의 구조와 성분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은 소행성의 중력의 중심이 어디인지, 또 지구를 향해 오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강도의 충격을 소행성에 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한편 4개의 태양전지판을 가진 대형 금색 쓰레기통 모양의 슈메이커는 에로스의 자력(磁力), 성분을 측정하는 도구와 정확한 모양을 파악하기 위한 거리측정기, 전자 카메라 등을 장착했다. 승용차 정도 크기로 무게가 495㎏인 슈메커는 당초에 단순히 NEAR로 불렸다. 그러나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분화를 연구하다 9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천문학자 고(故) 유진 슈메이커 박사의 이름을 따 새롭게 명명됐다.

96년 2월17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슈메이커는 98년 `에로스로 가는 항해''가 1년 23일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발사 4년만인 지난해 2월14일 목적지에 도착했고 이후 1년동안 상공 25㎞에서 에로스의 궤도를 돌면서 당초 예상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16만장의 사진을 지구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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