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나라] 조령모개식 KBO 사장단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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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페넌트 레이스 3위팀과 4위팀간에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또한 의견이 분분했던 시즌 개막시기도 당초 예정일이었던 4월 5일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또다시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야구팬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사장단 특유의 독단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 ’99년 시즌부터 단일리그를 없애고 드림·매직이라는 양 리그를 발족시킨 이유가 바로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며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기엔 기존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겨우 두시즌을 치루고 또다시 예전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한마디로 주먹구구식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 양리그제가 한국프로야구 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단일리그로 복귀한다는 설명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기 때문에 비난을 보류할 수 밖에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 야구계 각 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검토한 상태가 아니라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각 구단 사장들이 결정했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KBO는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종전 양리그에서 단일리그로 환원하면서 2위팀과 3위팀 간의 플레이오프를 벌여 승자가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3위팀과 4위팀이 준플레이오프를 벌이는 것이 흥행에도 더 낫다는 판단 아래 부활시켰다고 밝힌 부분이 문제다.

관중동원이라는 미명 아래 질 낮은 포스트시즌을 치루는 것은 명백히 야구팬을 우롱하는 처사며 무엇보다 선수들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다는 데 문제가 많다.

솔직히 준플레이오프 부활은 8개 구단 사장들이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조금이라도 많아야 성적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자리를 유지 혹은 보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한편 얼마 전 시즌 개막일을 연장시키자는 의견이 있었다. 선수협 파동으로 인해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 두 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해 개막일이 촉박하다는 이유였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선수협 파동에 대해서는 구단과 선수들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지 각 구단 전력 약화 때문에 편법으로 시즌 개막일 조차 연기시킬려는 의도는 잘못된 일이다.

백번 양보하여 그러한 의도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손치더라도 야구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하는 팬들과 조금 기다리더라도 수준 높은 경기를 볼려는 팬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좀 더 토의를 벌인 후 결정해야 했었다. 그러나 이 또한 각 구단 사장들의 타협으로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년 동안 KBO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결정을 수없이 내려왔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보다 각 구단 고위층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야구플랜에 반하는 이러한 비합리적인 현상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측 대표 즉 선수협 이 활성화 되어 의사기구에 참여하여야 하며 또한 적극적인 여론 수렴을 통해야 한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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