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카디널스 역사 (3) - '악몽'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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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부터 1946년까지 네번이나 내셔널리그 왕좌에 올랐던 카디널스는 이후 17년 동안 한번도 우승의 달콤함을 맛보지 못했다.

다른 팀들이 카디널스의 팜시스템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선점의 효과가 사라진 데다가, 다저스라는 최강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리키의 두번째 팜은 첫번째 것보다 더 튼튼했고, 1963년까지 다저스는 내셔널리그를 8번 제패했다.

1953년 샘 브레든으로부터 구단을 매입한 프레드 사이와 로버트 해너건은 카디널스를 밀워키로 옮기려 했지만, 이것은 '맥주왕' 어거스트 부시에 의해 저지된다. 부시는 그들로부터 카디널스를 구입함은 물론,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로부터는 스포츠맨스 스타디움을 사들였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를 떠난 팀은 카디널스가 아닌 브라운스였다.

밥 깁슨이 18승을 올리며 에이스로 올라선 1963년, 카디널스는 17년만에 가장 많은 승수인 93승을 올렸지만 내셔널리그 우승기는 99승의 다저스가 가져갔다.

1964시즌. 6월 중순까지 바닥을 기고 있던 카디널스는 시카고 컵스에서 루 브럭을 데려온 것을 전환점으로 맹렬한 선두추격을 시작했다. 컵스에서 .251 10도루에 그쳤던 브럭은 카디널스 합류후 .348 33도루로 맹활약하며 확실한 바람몰이를 했다.

카디널스 역사상 최고의 리드오프로 꼽히는 브럭은 통산 타율 .293, 3023안타, 1610득점, 900타점, 938도루의 화려한 성적을 남기며 1979년에 은퇴했다. 1974년에 기록한 118도루는 내셔널리그 한시즌 최다도루기록.

결국 카디널스는 신시내티 레즈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한경기 차로 물리치고, 극적으로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시리즈의 상대는 뉴욕 양키스였다. 61, 62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자 63년 준우승팀인 양키스에는 로저 매리스와 미키 맨틀의 쌍포가 버티고 있었다. 양팀이 3승3패로 맞선 7차전. 이미 5차전에서 10이닝을 완투승을 기록했던 깁슨은 7차전에서 다시 완투승을 따내며 카디널스에게 일곱번째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선사했다.

월드시리즈가 끝나자 자니 케인 감독은 자리를 양키스로 옮겼고, 카디널스에는 레드 쇼엔딘스트가 부임했다. 쇼엔디스트는 이후 1976년까지 역임하며 카디널스의 역대 감독중 가장 오랜기간 동안 팀을 지휘하게 된다.

1965년과 1966년, 쇼엔디스트의 카디널스는 각각 7위와 6위에 머물렀지만 팀의 전력은 점점 다져지고 있었다. 1967년 카디널스는 올랜도 세페다의 파워, 브럭의 스피드, 안정적인 투수진의 조화속에 101승을 거두며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는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였다. 정규시즌에서 13승에 그쳤던 깁슨은 1차전 1실점 완투승, 4차전 완봉승, 7차전 2실점 완투승으로 월드시리즈 MVP에 올랐고, 레드삭스 타자들은 그에게 '악몽(Nightmare)
'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1968년은 깁슨을 위한 해였다. 깁슨은 34경기에 출장 22승(9패)
, 13완봉승, 1.12의 방어율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투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특히 1.12의 방어율은 여전히 데드볼 시대 이후 단일시즌 최고방어율로 남아 있다.

MVP와 사이영상을 석권한 깁슨은 월드시리즈에 나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타자들에게 다시 악몽을 선사했다. 1차전에서 완봉승, 4차전에서 1실점 완투승을 따낸 깁슨은 다시 7차전 선발로 나섰지만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깁슨은 6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고 있었지만, 중견수 커트 플러드가 짐 노스롭의 타구를 3루타로 만들어주며 2실점을 하게 됐고, 결국 경기는 타이거스의 4-1 승리로 끝났다.

1969년 각 리그가 두개 지구으로 나눠지는 디비전 제도가 도입되면서 카디널스는 동부지구에 편입됐다. 지정학적 위치가 무시된 조치이긴 했지만 이로 인해 카디널스는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신시내티 레즈 등의 강자들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부지구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카디널스가 다시 한번 월드시리즈의 무대를 밟기까지에는 무려 12년이 걸렸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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