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 정전만 점검 … 불안 해소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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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부산시 기장군 소재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 점검 결과는 기장군 주민의 기대치와는 동떨어져 있다. 고리 1호기의 대정전 은폐 사실이 밝혀진 직후인 올 3월 기장군 주민들이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에게 IAEA와 같은 국제기구에 안전성을 점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총체적 점검이었다. 그러나 이번 점검은 그 일부분만 살펴보는 데 그쳤다.

 IAEA 미로슬라프 리파 조사단장은 “(올 2월 발생한 고리 1호기) 정전 사고에 대한 안전 점검이 목적이었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그래서 “원자로 압력 용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전반적으로 대정전을 일으킨 비상 전원 계통과 원전 안전 의식과 문화 수준 등을 살펴봤다는 것이 IAEA의 발표 내용이다.

 IAEA 점검 결과는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정밀 진단에서 대부분 문제점이 드러났던 것들이다. 대정전에 대한 보고 규정에 대한 위반과 비상 디젤발전기의 공기 압축 밸브 이상이 발견됐고, 새것으로 교체하기로 했다고도 발표했었다. 원전 종사자들의 안전의식과 협력 업체들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문제점도 이번 결과 발표에서처럼 똑같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점검에서도 지적됐었다.

 문제는 고리 1호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다. 고리 1호기의 폐쇄를 주장하고 있는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 주민, 일부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IAEA의 단편적인 점검만으로는 불안을 해소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점검이라면 최소한 핵심 부품은 모두 살펴봤어야 했다는 게 원자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2007년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점검 때는 18개월 동안 200여 명의 전문가가 투입돼 16개 분야 112가지를 정밀하게 살펴봤다. 원자로에서부터 각종 파이프·나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뒤집어 보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이번 점검이 더 나은 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IAEA 리파 조사단장이 “원전 안전뿐 아니라 중고 부품 등 그 외 사고까지 조사하라고 (주민 또는 환경단체가) 하는 데 극단적이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민들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IAEA가 안전 점검 결과를 본부에 보고한 뒤 한국수력원자력 측에 권고 사항으로 전달할 예정이지만 실효가 적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설동욱 홍보실장은 “일부에선 8일간 현장을 보고 어떻게 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느냐고 말하고 있지만 점검단은 현장 방문 전 2개월 동안 방대한 자료를 요청해 검토했다”고 말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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