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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리포터 "인기는 몰라도 보람은 최고예요"

중앙일보

입력

"땀을 뻘뻘 흘려가며 심은하를 인터뷰했는데 정작 화면에 제 모습은 없더군요. 속상하지요. 그렇다고 담당 PD에게 항변할 수 있겠습니까. "

"박찬호.서태지 등이 입국할 때 인터뷰가 어려워 허공에 대고 질문합니다. 어디 압니까. 날카로운 질문에 괜찮은 대답 하나라도 챙기면 그 날은 마음이 뿌듯하지요. "

'TV의 특공대' 로 알려진 방송 리포터들의 애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 제대로 인터뷰를 못하면 PD에게 혼나고, 취재 내용이 다소 잘못돼 시청자들로부터 항의라도 받으면 그 날로 그만둬야 한다. 제작진과 지방출장이 잦은 여성 리포터들은 결혼 후 남편과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그래서 리포터들은 나름으로 인터뷰 노하우를 쌓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자연스런 표정 연기를 잘 하거나, 상황 변화에 따라 원고에 없는 질문을 잘 하든가 해야 리포터로 자리잡을 수 있다.

5년 경력인 김모씨는 "인터뷰 대상이 유명인이라면 옷입은 스타일이나 신발의 모양새 등을 보고도 인터뷰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상대방의 관상을 보고 인터뷰 여부를 판단할 수준이 됐다는 그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상대방이 인터뷰를 거절해 꾸어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됐을 때다.

이 경우 속된 말로 "내가 방송사 누구누구인데…" 라며 '목에 힘주는' 말은 언감생심이다.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고충을 겪는데도 왜 리포터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갈까. 한 방송사 PD는 "연예인 범주에 속하는 리포터를 하면서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만족감을 갖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여성 리포터는 "리포터를 시작하면 직장생활을 하기 어려워 일을 못해 쉬더라도 리포터를 그만두지는 않는다" 며 앞서 PD의 말에 공감했다.

특히 몇년 전에만 해도 간간이 눈에 띄던 리포터들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은 야외촬영이 많아진 때문이다.

스튜디오 안에서 보다 야외에서 찍은 화면을 방송사가 대폭 내보내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국내 방송이 많이 참고하는 일본 방송의 추세가 리포터 야외촬영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리포터의 보람은 무엇일까. 유명 리포터로 'TV는 사랑을 싣고' (KBS2) 등 4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박수림(29) 씨는 "하루 6시간도 못잘 때가 많고 지방을 오가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부모가 기뻐하시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며 자신의 직업에 애착을 보였다.

리포터가 활동하는 영역은 다양하다. TV의 연예오락.교양 프로그램과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MC를 거들며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1백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유명 리포터는 이중 5%에 불과하다.

출연료는 한 편에 10여만원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금요 사이버월드 웹투나잇' (MBC) 등 6개 프로에 출연하는 김생민(28) 씨 처럼 손꼽히는 리포터가 되면 출연료는 3배가 된다.

그는 "코미디언으로 출발했으나 성공하지 못해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며 "리포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온갖 궂은 일을 묵묵히 견뎌내는 긍정적 사고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연예가중계' (KBS2) 의 박태호 PD는 "리포터는 상황변화에 따라 원고없이 대사를 처리할 수 있는 순발력과 인터뷰 상대방을 편안하게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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