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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입장만 받아 적은 '내곡동 사저'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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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7명에게 전원 불기소 처분을 했다. 이번 사건은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사저를 지으려 했던 내곡동 부지를 대통령실 경호처가 시형씨와 함께 54억원에 사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당시 민주당 등은 "공시지가 및 지분비율에 따라 시형씨가 19억9097만원을 부담했어야 하는데 11억2000만원만 냄으로써 국가에 손해를 입힌 것"이라며 시형씨 등을 배임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8개월 간의 조사 끝에 시형씨와 김인종 전 경호처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고 김윤옥 여사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에 대한 고발은 각하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 등이 고의로 시형씨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국가에 손실을 입히려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편법 증여 논란을 일으킨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김 전 처장 건의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러한 결론은 일반인의 상식과 거리가 있는 것이다. 우선 "그린벨트가 풀릴 것으로 보고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 것"이란 청와대 측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구입 경위 역시 "대통령께 '(대통령 명의로 구입하면) 주변 시세가 오를 수 있으니 시형씨 이름으로 하고 나중에 명의를 돌리라'고 건의했다"는 김 전 처장의 주장에 무게를 뒀다. 검찰이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청와대 요인의 현지 답사 등을 통해 동네 주민들이 대통령 사저라는 사실을 이미 알 수 있었던 정황도 무시했다. 진술의 허점과 다른 개연성들을 '합리적 의심'으로 파고들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분비율과 매매대금 간에 발생한 불균형에 대해선 '감사원 통보'로 비켜갔다.

검찰의 소극적 자세는 피고발인 중 김 전 처장과 재무관 등 2명만 소환 조사를 한데서도 확인된다. 시형씨와 김백준 전 기획관에 대해서도 서면조사에 그쳤다. 검찰이 청와대 앞에만 서면 약해진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정의로운 검찰'은 공염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