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두 괴짜 CEO의 성공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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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뛰어넘는 갑부이자,실리콘벨리의 잘 나가는 거물 CEO 두 명을 동시에 만나보지 않으시려는지. 관심이 가신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행운을 잡은 것이다.

정보통신업계의 거물들과 마주앉아 ‘미국 경제의 엔진’인 거물 CEO들의 성장과정과 속내, 그리고 미래전망의 고급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멋진 기회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신간 『CEO 래리 엘리슨과 오라클 신화』와 『승려와 수수께끼』는 경영서,그 이상으로 읽어야 한다.

◇‘컴퓨터 업계의 사무라이’ 엘리슨=우선 못말리는 변덕장이 래리 엘리슨 편.빌 게이츠의 최대 라이벌로 미국내에서 손꼽히는 갑부중 하나인 엘리슨의 전기물인 이 책은 내용이 우선 소설 뺨치게 재미있다.

이 책이 그린 엘리슨의 표면적 모습은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수성가,여성편력 스캔들을 즐기는 ‘실리콘 밸리의 악동’이다.

이런 묘사는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엘리슨과의 인터뷰를 포함해 1백명 넘는 주변인물들과의 취재를 거쳤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출판계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이런 전기,자서전류(類)아니던가? 엘리슨의 호화생활 묘사도 우리네 정서와는 다르게 ‘내놓고 즐기는 삶’에 대한 정보다.

이를테면 샌프란시스코의 그의 집 거실은 건축잡지의 화보,그 자체다.5천개 조명시설이 호화롭고,안개 낀 금문교가 바라보이는 장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전망이다.

하지만 돈을 뒷뜰에 묻어두는 스타일이 아닌 엘리슨은 ‘가진 것’이 어마어마하지만 다른 미국의 엘리트들이 그러하듯 ‘천박한 돈벌레’는 결코 아니다.

‘머릿속도 부자’인 그는 문학,미술에서 첨단기술에 이르는 정보를 뜨르르 꿰는 게걸스러울 정도의 지적 호기심을 자랑한다. 중요한 것은 카네기 ·포드 ·록펠러 등 근대적 자본가들과 구분되는 엘리슨의 멘탈리티. 저자는 이렇게 묘파한다.

“PC업계를 지배할 엘리슨은 선배들과 명백한 이념차이가 존재한다.대공항 시기 전후의 기업인들에게는 어떤 근본 가치에 대한 신념이 있다.‘사회발전 기여’같은 이상(理想)말이다. 반면 오라클의 길은 오로지 ‘이기는 것’이다.”

◇록펠러,엘리슨 그리고 코미사=엘리슨의 존재란 실은 미국 기업가의 반쪽 측면.즉 ‘게임의 법칙’혹은 ‘정글의 법칙’을 넘어서 이 시대 기업인이 가진 성찰과 위엄이란 나머지 반쪽까지 보여주는 것이 실리콘 밸리의 또 다른 CEO인 랜디 코미사의『승려와 수수께끼』다.

문학적 감동까지 얻을 수 있는 이 ‘철학적 경영서’는 한마디로 ‘젊은 경영자에게 보내는 편지’.

즉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닮은 이 책의 내용은 이렇다.수의(壽衣)와 관을 파는 인터넷 ‘funenal.com’의 벤처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한 청년,그가 코미사를 찾는다.

둘 사이의 만남과 e-메일 대화가 책의 전편에서 전개되면서 ‘장례식업의 아마존 닷컴’이 되려는 기회주의자 청년에게 코미사는 마치 큰스님처럼 화두를 던져준다.“돈을 좇아가면 절대로 돈을 벌지 못한다”“그 일이 평생의 열정을 바칠 비즈니스인가”

책을 읽다보면 ‘미 자본주의의 현자(賢者)’가 따로 없다는 느낌을 주는 코미사는 비즈니스의 형이상학을 요령있게 설파한다.

사업이란 창의력을 펼치는 캔버스라는 것,그 일은 ‘사양길로 접어든’교회나 ‘유권자 이익도모 기관인’정부도 못할,기업의 위대한 직분이라는 것이다.

‘돈좀 있다고 젠 체 폼잡나’싶기도 하지만,이런 메시지를 깨닫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고백을 듣자면,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승려와 수수께끼』는 아마존 사이트에 올라온 평가대로,참선(參禪)의 화두와 벤처 자본주의를 탁월하게 버무려 놓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뒤에는 든든한 문학적 상상력이 버티고 있다더니, 발가벗은 미국 자본주의를 감싸는 그 무엇도 있겠구나 가늠한다면 당신의 짐작이 맞다. ‘벤처란 사업가들의 도박장이 아니다’는 그의 말은 실은 ‘식은 냄비’형국의 한국 벤처산업에 던져지는 묵직한 충고이기도 하다.

단 실리콘밸리 큰 장사꾼이 화두란 ‘곶감’이 아닐 것이다.가슴을 충분히 열어야 빡빡머리에 부츠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스스로를 ‘부처님의 제자’라고 말하는 코미사의 권면(勸勉)을 비로소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대 출신의 코미사는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가 만든 루카스아트 엔터테인먼트의 CEO등을 거친 베테랑. 따라서 강단 철학자의 강의 노트 이상의 이 책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힘까지 감지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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