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신용등급 전반적 정체·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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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기업들의 신용등급이 금융경색 등 경영환경의 악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정체되거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신용평가가 12월 결산법인중 지난 1월31일을 기준으로 평가가 완료된 140개 업체에 대한 2000년 기업어음 정기평가결과를 집계한 결과 신용등급이 상향된 업체는 12개, 하향조정된 업체는 4개사였고 밝혔다.

또 전체 평가대상기업중 투자적격등급의 비중은 71.7%로 지난 99년 71.5%에 비해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지난해 초 151개 기업을 대상으로 18개사를 상향, 2개사를 하향조정했던 99년 정기평가결과에 비교하면 상향기업은 줄고, 하향업체는 증가했으며 투자적격등급비율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실적 및 단기자금운용상황이 99년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등급이 조정된 업체중 신용등급이 A2+에서 기업어음 최고의 신용등급인 A1으로 상향된 태평양과 A3+에서 A2-로 조정된 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동일등급내에서 한 단계씩 상향조정됐다.

한편 등급이 하향조정된 업체 4개사 중 삼애실업계열 가구업체 레이디는 부도로 인해 B-에서 일거에 상환불능을 의미하는 D등급으로 격하됐다.

종근당과 동양화학계열 건설업체 이테크이엔씨는 나란히 A3-에서 투기등급인 B+로 하향조정됐다.

상향조정된 기업을 그룹별로 보면 현대그룹 계열사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아산사회복지재단 등 3개사, 삼성이 제일모직, LG그룹이 LG석유화학 각 1개사였다.

30대 그룹계열회사중 이들 5개사를 제외하고는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회사는 단 1개도 없었으며 현대계열사 역시 그룹분리예정으로 인한 그룹지원부담감소에 따른 것으로 재벌기업들의 신용상황이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줬다.

업종별로는 음식료업이 2개, 조선 2개, 의료업 1개, 석유화학 및 화섬 2개, 화장품 1개, 가정용품 1개, 건설 및 전기통신 각각 1개로 등급이 상향된 기업의 대부분이 내수,경공업종이어서 소비심리부활에 따른 수혜를 이들 업종이 집중적으로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신평 관계자는 “올해는 현대 유동성위기 해소조짐과 저금리기조로 자금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어 CP시장이 지난해보다 다소 활기를 띨 전망”이라며 “그러나 단기성 자금에 대한 거부감이 줄지 않아 평가대상기업이나 투자적격기업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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