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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떡봉치킨’ 소비자도 경영자도 글로벌 치킨요리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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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양은 “취업에 성공한 만큼 열심히 노력해 매일 쉬지도 못하고 일하시는 부모님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치킨을 한국 문화와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사실이 대견합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래의 인재를 우리 기업에 꼭 입사시키고 싶습니다.”

천안 병천고(조리학과 3년)에 다니는 최지원양이 최근 방영된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에 도전, 전국 특성화고 인재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면서 제너시스 BBQ그룹에 입사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달 전파를 탄 KBS 스카우트(26회) 프로그램에는 마케팅·경영·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키운 특성화고 인재 200명이 몰렸다. 최양은 이들과 함께 두 달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는 본선에 오른 12명 가운데 대한민국 고유의 떡과 치킨을 조화시킨 일명 ‘떡봉치킨’을 만들어 최고 점수를 받았다. 맛도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구절판을 응용해 만든 팔각모양의 ‘케이푸드(K-FOOD·위 사진)’ 박스는 평가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사실 최양은 가정 형편 때문에 특성화고를 선택했다. 미술을 좋아했지만 농사일로 힘들하시는 부모님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에게 요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벽에 나가 늦은 저녁 오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초등학교 때부터 밥상을 차렸다. 텃밭에서 키운 여러 재료를 이용해 반찬도 만들고 언니와 동생을 위해 간식도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해 불평불만도 많았지만 요리는 늘 신나고 재미있었다.

그가 요리를 좋아하게 된 건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쉬는 날이면 어머니와 함께 요리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주위로부터 손맛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어머니는 잡채, 탕수육, 닭 볶음탕, 오징어 순대에서부터 오골계 한방백숙까지 못하는 요리가 없었다. 푸짐한 상차림만큼이나 맛도 일품이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그는 미술을 하겠다는 막연한 꿈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병천고를 선택했다. 이면에는 고생하시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훌륭한 셰프가 돼 효도를 하겠다는 굳은 목표가 숨어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학교에 방송 출연 섭외 요청이 들어왔고 그는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선생님에게 말했다. 책임감 있고 성실한 모습이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담임교사는 그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주저 없이 방송사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떡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충남기능경기대회(퓨전 떡 만들기 부문)에서 은메달을 딴 최양은 출연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떡과 치킨을 접목시킨 퓨전 요리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는 방송 출연을 위해 실습실과 기숙사를 오가며 밤 늦도록 신메뉴 개발에 매달렸다. 어떤 재료로 떡을 만들고 어떤 두께로 닭을 썰어야 할지를 두고 매일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고기 맛을 내기 위한 밑간 소스와 양념 만드는 것 또한 큰 고민이었다. 담임교사의 지도로 수 백 차례 반복된 실습 끝에 자신만이 가진 독특한 양념과 소스가 탄생했다. ‘치킨을 글로벌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획안을 가져오라’는 최종 미션에서 그는 그동안 준비한 떡 치킨을 내세웠다. 대한한국 고유의 옛 문양을 넣은 구절판 박스 속에 떡봉치킨과 양념치킨을 넣었다. 이를 맛 본 평가단은 하나같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떡봉치킨은 방송 기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열린 반응도 조사에서도 외국인과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최지원양은 “개인적으로도 기쁘지만 특히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큰 보람을 느낀다”며 “입사해서도 좀더 많은 것을 배우고 노력해 대한민국의 요리가 해외에서 돌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병천고 윤선미 교사는 “지원이가 힘든 촬영 일정 속에서도 어버이날 부모님께 가지 못해 죄송하면서 통화할 땐 눈물이 났다”며 “요리에 대한 열정도 중요하지만 지원이는 그 이상으로 효심이 깊은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든 잘 지도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담임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웃었다.

최성찬 교장은 “충남 유일의 가사계열 특성화고인 병천고가 학생들의 꿈을 실현하는 메카로 발돋움하게 됐다”며 “조리, 미용 특성화로 지정 받은 병천고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바이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 수석 총주방장 ‘에드워드 권’(권영민),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210여 개 힐튼호텔에서 한국인 첫 총주방장이 된 힐튼호텔(서울) 박효남 이사, 미국 벨라지오 호텔 레스토랑 최연소 총주방장 한인 ‘아키라 백’.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 입맛을 사로잡은 스타 셰프다. 최양이 만든 요리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을 날도 머지 않았다.

글= 강태우 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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