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노사관계 불씨 미리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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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과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당분간 잠복함으로써 올해 노사관계의 큰 불씨 하나는 사라졌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사용자가 양보했다면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노동계가 양보했다. 양자의 양보 속에는 어려운 경제사정이 감안됐다는 게 정부.사용자.노동계측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놓고 노동계의 반발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노동계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 정서를 등에 업고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높인다는 전략을 짜왔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이 문제의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특히 한국노총 이남순(李南淳)위원장은 "2월까지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와 일전을 불사하는 중대 결심을 하겠다" 고 공언해 왔다는 게 노총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는 것은 올해 노사관계의 긍정적인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 는 게 정부측 시각이다.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숙원사업의 해결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유예조치로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게 돼 있는 4대 개혁 중 나머지 과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노사 합의에 의해 가장 먼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게 된 점도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올해 노사관계의 핵이 구조조정인 점을 감안하면 노사 양측이 정작 넘어야 할 큰 산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는 지적이다.

또 노사가 첨예하게 부닥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노사정이 이번에 유예한 두 가지 안건과 근로시간 문제를 분리 처리하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상 이달 말까지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든 점을 감안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민주노총이 전력하고 있는 분야다.

민주노총은 7일 성명서에서 "지난해 말까지 법제화하기로 약속한 주 5일제 근무를 이달 말로 미루더니 또 파기하려 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허용 방침이 후퇴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복수노조가 유예된다면 무노조 경영을 하는 기업들에 노조가 침투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 면서 "원칙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복수노조 문제는 허용될 경우 양대 노총이 서로의 영역을 갉아먹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어 민주노총이 그리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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