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역풍 맞을라” 종북 의원 제명에 신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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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종북 의원’ 제명론에 대한 ‘신중론’이 당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두고 1일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거나 국민이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이런 입장이 사상·국가관 검증 논란으로 확산되면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돈 전 비상대책위원은 6일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은) 국회법 해석상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상이나 국가관 문제는 ‘양날의 칼’과 같다”며 “‘종북사상 때문에 국회의원을 제명하자’고 칼을 너무 휘두르다간 전국의 헌법학 교수들이 ‘양심의 자유’에 대한 위헌이라고 들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법상 징계는 의원 신분이 된 뒤의 발언이나 행동이 부적절한 경우에 하는 것이고, 자격심사는 국적 문제 등 피선거권이 없는 경우에 하는 게 맞다”며 “ 국가관은 제명 사유가 안 된다”고 했다. 국회법 138·142조는 의원 30명 이상은 다른 의원의 자격에 이의가 있을 때 자격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원자격 박탈을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박근혜계 인사도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공직선거법상 경선부정 범죄를 저지른 경우여서 검찰 기소와 재판 절차로 가는 게 맞는데 사상 문제로 지나치게 확대했다가 본질을 가리고 역풍만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이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도 검증하자’며 역공을 펴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다.

 당내 비박근혜계 대선 예비후보들도 박 전 위원장과 차별화 차원에서 “사상을 문제 삼아 제명하는 건 안 된다”고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4일 기자들에게 “국회가 확실한 증거 없이 특정 의원을 사상적인 이유로 제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그들이 종북적이니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도 "통합진보당이 자체적으로 제명절차를 밟고 있고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다른 당이 나서 ‘색깔’ 때문에 의원 제명 절차를 밟자고 나서는 건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 공세”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추진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부정으로 의원 자격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지 사상 때문에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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