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D-50] 연재는 ‘지옥’에 가요, 살 빼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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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가 찜통 더위의 크로아티아에서 3주 동안 ‘사우나 특훈’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한 리듬체조 갈라쇼를 앞둔 리허설에서 왼다리를 쭉 뻗으며 리본 연기를 펼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가볍게 더 가볍게.”

 런던 올림픽을 50일 앞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 앞에 놓인 과제다. 리듬체조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종목이다. 연기가 펼쳐지는 1분30초 동안 끊임없이 유연한 동작을 소화해야 한다. 가벼울수록 유리하다. 손연재가 과제 완수를 위해 7일 크로아티아로 여름 전지훈련을 떠난다. 일명 ‘사우나 지옥 훈련’이다. 유럽 남부에 있는 크로아티아는 여름 동안 38도가 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해변가에 있는 훈련장은 커다란 천막으로 덮여 있어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다. 에어컨 등 냉방시설은 꿈도 꿀 수 없다. 한증막 같은 곳에서 하루 8~9시간 훈련이 이어진다.

 지난 4일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했던 손연재는 망설임 없이 크로아티아로 가는 짐을 꾸렸다. 지난해 학습효과 때문이다. 손연재는 지난해 여름에도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다리아 콘다코다 등 세계 최강 러시아 대표 선수들과 함께 크로아티아로 훈련을 다녀왔다. 당시 손연재는 다이어트 때문에 과일 위주의 식단으로 지옥훈련을 버텼다. 다녀온 뒤 스스로도 “이를 악물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극한의 환경을 이겨낸 열매는 달았다. 몸은 가벼워지고 자신감은 커졌다. 크로아티아 훈련 이후 열린 2011 프랑스 몽펠리에 세계리듬체조선수권 결선에서 당당히 11위(개인종합 107.750점)를 차지하며 15위까지 주어지는 런던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지난해 크로아티아에 동행했던 문대훈(IB스포츠) 에이전트는 “훈련장에 가면 1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나도 3일 동안 5kg이나 빠질 정도였다”며 “이런 환경을 이겨냈으니 단단해진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손연재의 지옥훈련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조력자도 있다. 박태환을 전담했던 조수경 심리학 박사와 김연아를 담당한 재활 트레이너 송재형씨다. 손연재는 지난해부터 조 박사와 함께 심리 상담을 진행해 왔다. 주로 외국에서 훈련을 하는 손연재는 전화와 문자로 하루에도 몇 번씩 조 박사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경기 전엔 조 박사가 정해놓은 루틴대로 행동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송재형 트레이너는 극한의 동작을 연기하느라 늘 잔 부상을 달고 다니는 손연재의 아픈 곳을 풀어주며 마음까지 치료하는 사람이다. 손연재는 출국 전 한국에 머무르는 2주 동안에도 수시로 송 트레이너를 찾았다. 송 트레이너는 “이제부턴 부상과의 전쟁이다. 초조하고 긴장하면 부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긴장을 풀 수 있는 재활 매뉴얼을 준비해 크로아티아로 가는 연재에게 단단히 일러줬다”고 말했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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