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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없으면 예수님도 기다렸다 부활하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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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신문을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였다. 그때만 해도 일간지를 정기구독하는 가정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신문에 났는데 넌 그것도 모르느냐”고 핀잔을 주던 반 친구의 말에 자극을 받아 부모님을 졸랐다. 그렇게 해서 구독하게 된 바로 그 신문에서 청춘을 다 보내고, 28년째 일을 하고 있으니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서슬 퍼렇던 유신독재에서 10·26, 12·12, 5·18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격동기에 대학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에게 신문은 세상을 보는 한줄기 빛이었다. 제도화된 검열 속에서도 뜻있는 기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행간의 의미를 찾아 읽는 것은 가슴 벅찬 희열이고 희망이었다. 주변 친구들도 다 그랬다. 대학생이면 으레 신문을 꼼꼼히 챙겨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신문을 읽히는 대학 교수 얘기가 그제 신문에 실렸다. <본지 6월 4일자 17면> 한림대 심훈(언론정보학부) 교수다. 심 교수의 강의는 학생들이 각자 가져온 신문을 20분쯤 읽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문을 계속 읽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구독료 영수증을 제출토록 하는가 하면 매주 신문에서 시사상식 퀴즈를 내 점수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학생들에게 신문을 읽히려는 심 교수의 노력이 눈물겹다.

 요즘 젊은이들은 신문을 안 읽는다. 얼마 전 대학교에서 특강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강의실에 앉아 있던 50~60명의 학생 중 매일 종이신문을 읽는다고 손든 학생은 6, 7명에 불과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더 빨리 보기 때문에 굳이 종이신문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것’과 신문을 ‘읽는 것’은 다르다. 흥미 위주로 배열된 인터넷 뉴스로 만족하는 사람과 종이신문을 매일 꼼꼼하게 읽는 사람은 세상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폭과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인터넷 브라우징으로 뉴스를 보는 것은 시각적 체험에 불과하기 때문에 머리에서 쉽게 빠져나가지만 신문을 손으로 넘겨가며 읽는 것은 시각에 촉각, 청각까지 동원된 복합적 체험이기 때문에 기억에 훨씬 오래 남는다는 것이 심 교수의 설명이다.

 민주통합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초선 의원들에게 ‘정치인의 자세’에 대해 특강을 하면서 신문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21세기에는 예수님도 부활하기 전에 ‘기자들 왔느냐’부터 물어보실 것”이라며 “기자들이 안 왔다면 기다렸다 부활하실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정치인에게는 언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신문을 읽는 습관을 들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야 시의적절한 질문이 나오고, 의정활동이 언론에 보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회한 정치인다운 충고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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