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참 춥구나, 그러나 이쯤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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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겨울'' 임을 느끼게 해주는 요즘. 얼마 전 20년 만에 찾아온 한파 때문에 수도가 동파돼 저녁 식사 준비를 하지 못하거나, 도로가 결빙돼 외출이 어렵다거나, 보일러 연료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인근 여관에 가서 잤다는 등의 웃지 못할 사건들이 벌어졌다.

그런데 영하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를 겪으며 문득 우리가 예전에 비해 요즘 추위에 대해 더 조급하게 짜증을 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차구나. 든든히 입고 나가야지" "길이 미끄러워 걱정이네" 하던 정도의 우리 마음이 올 겨울 혹한 앞에서는 "왜 눈은 자꾸 오고 야단이야. 짜증나!" "이 놈의 아파트는 어떻게 지었길래 이 모양이야. 머리도 못 감겠네. 젠장!" 하는 거친 말들로 바뀌었다.

20년의 시간 동안 급속히 발전해온 문명의 이기가 어려움에 대한 우리의 내성을 빼앗아가 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인터넷 관련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추위에서도 인터넷이 연상된다. 인터넷 기업들은 올 겨울 이중의 추위를 겪었다. 날씨도 춥지만 위축된 마음은 더 서늘하다.

새해 들어 이것저것 희망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는 하지만 얼어붙은 테헤란로 만큼이나 마음이 추운 게 사실이다.

최근 한 오프라인 기업의 임원을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 다행히 그 사람이 몸 담고 있는 기업에서는 올해 인터넷 사업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가 "솔직히 인터넷에 대한 1백% 확신이 서지 않는다" 고 비관적인 전망을 토로할 때 인터넷 기업들의 광고와 마케팅 지원 사업을 하는 나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식사 말미에 그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인터넷 마케팅 환경 때문에 겪는 일시적인 어려움일뿐" 이라며 "기업들이 협력하면 좀더 지향적인 환경을 갖출 수 있을 것" 이라고 다시 긍정적으로 변했다. 한숨을 내쉬었다. 긍정적이던 사람조차 자꾸 마음이 약해질 정도로 닷컴의 환경이 좋지 않은 것이다.

현재 닷컴기업에 절실한 것은 어떻게 어려움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이를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올 한해 우리 회사는 ''혼자'' 보다 ''여럿이 함께'' 온기를 나누기로 했다. 사내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내부 가족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쌓는 한편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련업체들과 협력해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다. 자칫 의기소침해지기 쉬운 직원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제공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가 이번 추위를 무사히 넘긴다고 해서 무조건 봄이 찾아 드는 것은 아니다. 바깥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창고에 충분한 양식을 비축하고 내년에 뿌릴 씨앗이 있는 농부는 겨울에 걱정하지 않는다.

닷컴기업들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위기에 미리미리 대처하면서 대비하는 내성을 키워야 할 것이다.

"오늘 참 춥구나. 두둑이 입고 나가야겠군. 오늘 같은 날 보일러 고장난 집은 어쩌나!" 라는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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