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들 해외진출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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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그의 열성 팬들은 과도하게 흥분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지난해 컴백 이후)서태지를 높게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대중음악 '생산자' 에서 '수입자' 로 변신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가요계에 충격을 던진 1집 이후 서태지에게 대중과 평론가 모두가 보낸 지지는 외국 음악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우리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그의 능력을 향한 것이었다.

우리말로는 안된다던 랩 기법을 탁월하게 소화해낸 '환상속의 그대' , 힙합을 한국의 청소년 문제로 연결한 '컴백 홈' 등이 좋은 예다.

또 세련된 음악으로 통일을 노래한 '발해를 꿈꾸며' 등에서 한국 대중음악 발전의 단초를 발견한 이들도 많았다.

반면 은퇴와 컴백을 반복하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미국에 거주하기 시작한 그가 지난해 가지고 돌아온 '울트라맨이야' 등에서는, 핌프록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주류 가수로는 처음 소개했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음악적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의 말대로 "너무나 뛰어난, 앞서 가는 미국 음악" 을 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외에, 쉽게 말해 우리말로 노래한 것 외에는 원조격인 미국 그룹 림프 비즈킷 등과 다르거나 더 나을 게 없다는 것이다.

그가 "대중을 잃었다" 고 스스로 말한 것이나 상당수 비평가와 '토종' 밴드들이 그를 격하게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음악은 최근 몇년 사이 록밴드들이 앞장서 해외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주주클럽이 대만에서 누리는 지속적인 인기, 크라잉넛.자우림 등이 일본에서 지명도를 높인 것 등은 평가할 만하다.

클론.H.O.T 등 댄스 그룹들이 중국어권에서 누리는 인기도 음악적 성취와는 별개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세계 팝 시장의 주류인 미국 시장에 상륙한 뮤지션은 아직 없다. 박진영이 해낼 수 있다면 이는 분명히 획기적인 일이다.

올해 일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들국화의 성공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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