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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학번 여대총장, 사이버대학 01학번 再출발

중앙일보

입력

윤경은 총장이 지원한 학과는 컴퓨터응용디자인 전공으로 애니메이션 마케팅·애니메이션 제작·영상 마케팅 등 디지털 시대 영상물 제작에 관한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윤총장의 전공이 생화학임을 감안하면 좀 엉뚱한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디지털대학에 원서 낸 게 기삿거리가 되나요?”

지난 1월 19일 신입생 접수를 마감한 서울디지털대학의 늦깎이 지원생, 서울여자대학교 윤경은 총장(60)이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던진 말이다. 나이 60에, 그것도 한 대학의 총장이 올해 처음 문을 여는 사이버 대학에 원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된 요즘, 그런 시선이 이상하다는 말투다.

“디지털 대학은 온라인 상에서 수업을 진행하니까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죠. 서울디지털대학에서 신입생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바로 지원했습니다.”

윤총장이 지원한 학과는 멀티미디어학부 컴퓨터응용디자인 전공. 애니메이션 마케팅, 애니메이션 제작, 영상 마케팅 등 디지털 시대 영상물 제작에 관한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윤총장의 원래 전공이 생화학임을 감안하면 좀 엉뚱한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원서를 낸 게 망설임 없는 선택이었듯, 전공 선택에 관한 그의 대답 역시 명쾌하다.

“미국의 샬레 박사는 학부 전공이 역사였지만, 졸업 후에 유전공학에 관심을 가져 나중엔 암학회 회장이 됐습니다. 사람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4년 만에 졸업하는 걸 저는 5년, 6년 걸려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는 거죠.”

61학번인 윤총장이 01학번이 되기 위해 디지털대학에 원서를 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을까? ‘신선하다’ ‘대단하다’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 대학 가서 뭘 배우겠느냐?”며 곱지 않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디지털 사회는 제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달리, 새로운 필드이기 때문에 그 원리를 모르고 강의를 진행하기가 힘듭니다.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데, 교수라고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 순 없죠.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평소 그의 철학대로라면 어쩜 당연한 귀결일는지도 모르겠다.

“Aim high, look far, act now(목표는 높게, 시야는 넓게, 행동은 빠르게).”

서울여대 학생이라면 윤총장에게 졸업 전에 한 번은 들었음직한 얘기다.

윤총장이 지원한 서울디지털대학(총장 조규항)은 인터넷을 이용해 정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사이버대학으로 오는 3월에 개설된다. 사이버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 수업료 역시 기존 대학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일반대학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올해 처음 개설됐기 때문에 학사학위가 있는 사람이 편입학을 할 수는 없다.

사이버대학에 지원할 정도라면 과연 윤총장의 컴퓨터 실력은 얼마나 될까? 학내 공지사항이나 업무는 웬만하면 인터넷과 e메일을 이용하는 정도다. 얼마 전에는 칼빈대학 총장이 3월에 학교를 방문하겠다는 메일이 왔는데, 그 때는 임기 기간이 만료돼 새로운 총장이 맞아줄 거라는 답신을 보냈다고. “예전처럼 그게 우편으로 왔다갔다 했으면 적어도 1주일은 걸릴 일인데 말예요.”

윤경은 총장은 올해부터 듣게 될 사이버 강의를 자신의 강의에 접목시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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