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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차 업계의 ‘막가파’식 영업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3호 30면

얼마 전 대학생 아들에게서 급한 전화를 받고 난감한 적이 있었다. 운전 중 접촉사고를 당했는데 견인차 기사가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당하는 사고라 경황이 없었지만 그래도 보험사에 연락해 견인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신기할 정도로 빨리, 5분도 안 돼 견인차가 왔고 아들은 그 차에 동승해 인근 정비업소로 이동하려는 순간 또 다른 견인차가 도착했다. 잠시 헷갈렸지만 나중에 온 차가 보험사에서 보낸 견인차였고, 먼저 도착한 것은 사고 사실을 알고 임의로 찾아온 것이었다.

신동재 칼럼

먼저 온 견인차 기사는 “도로가 혼잡할 수 있으니 얼른 차를 옮겨야 한다”며 서둘러 차를 매달고 정비업소로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보험사 견인차가 도착하자 먼저 견인하려 했던 차량 기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견인료 1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10m도 안 갔는데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고 하자 “차를 못 주겠다”며 거의 드러눕다시피 하더란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아들은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부르지도 않은 견인차가 와서, 보험차량 행세를 하며 시키지도 않은 견인을 했고, 그것도 고작 10m였고, 그런데 머, 10만원이라고? 당신 사기꾼 아냐”라며 기자가 핏대를 올렸다. 상대편도 지지 않았다.

서로 욕설이 오가고 똑같은 말들이 반복될 무렵 아들이 전화를 넘겨 받아 “아빠, 그냥 주고 말자. 이 사람 하는 짓 보니 끝이 없겠다”라며 사태를 수습했다.
사고를 당해 경황이 없는 운전사의 급박한 상황을 악용해 횡포를 부리는 막가파식 견인차 기사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만원 요구는 ‘약과’라는 것이었다. 차가 움직였다면 기본으로 20만원을 달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견인차 피해 관련 사례를 보면 황당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토해양부 기준에 승합차와 승용차는 20㎞ 이동에 6만8000원을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규정일 뿐이다. 특수장비 견인, 차량 보관료 등 해괴한 이유를 들어 비용을 서너 배 부풀리기 일쑤다. 가까운 곳에 견인해 놓고도 40만~50만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견인료 바가지뿐만이 아니다. 견인 중 차량 파손 문제도 심각하고, 견인 장소도 무턱대고 “갈 테니까 따라오라”는 식이다. 그네들이 정한 정비업소로 가면 수리비도 바가지 쓰기 십상이라고 한다. 견인차 기사와 정비업소가 유착된 경우가 많아 사고 차량을 가져오면 수리비의 15% 정도를 소개비로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수리비가 비싸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사고 운전자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막가파식 견인과 터무니없는 견인료 요구. 사고 운전자들이 대부분 당하는 낭패인데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견인차 횡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그 흔한 집중단속이니 계도기간이니 하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 경찰과 업자 간 공생관계 때문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정부에서는 피해를 당했을 경우 관할 구청에 신고하고, 세금계산서 등 영수증을 받아놓으라고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번호판도 잘 보이지 않는 견인차량을,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신고하기 위해 구청에 가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세금계산서를 순순히 떼주는 견인차 기사도 찾기 어렵다.

‘떼쓰기, 우기기’ 하면 생각나는 집단이 또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 노조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7일 또 한번 맞붙었다. 임단협 때문이 아니다. 민망하게도 노조 부위원장과 경비원 사이에 벌어진 폭력사태를 두고 노조가 작업을 거부한 것이다. 노조는 술에 취한 경비원이 의도적으로 노조 간부를 폭행했다며 회사 대표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전체 공장의 주말특근 거부에 들어갔다. 사측은 노조 간부들이 먼저 경비원을 집단적으로 폭행해 쌍방 폭력으로 번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이 찍힌 경비실 동영상을 공개했다. 잘잘못이 가려지기도 전에 노조는 작업을 거부했고, 자동차 생산라인이 닷새 동안 멈추자 회사는 노조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폭행과 파업에 따른 책임을 물어도 시원찮을 판에 사측 스스로 ‘묻지마 굴복’을 택한 것이다.

이러고도 회사가 매년 큰 이익을 내는 걸 보면 신기하다. 소비자에게 ‘차 값 바가지’를 씌운 덕분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견인차 기사든, 자동차 노사든 순리에 맞게 원칙대로 처리하는 걸 보기는 영영 틀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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