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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자연 체험 … 스마트폰 들고 한 바퀴면 다 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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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나루공원(석촌호수) 주요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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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쓸모 있게 다듬고 정리해야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이나 시설도 마찬가지다. 해당 시설의 역사와 유래·주위환경 등을 잘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송파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스마트폰 동아리 ‘두루누리’가 석촌호수 관련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아리 회원들은 1년 넘게 발품을 팔아 석촌호수 앱을 만들어 구민은 물론 다른 지역 주민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석촌호수 앱’을 개발한 송파구청 동아리 ‘두루누리’ 회원들. 왼쪽부터 주란·염은열·김유강·김명철씨.

두루누리가 탄생한 건 2010년 5월. 석촌호수 이용방법과 송파도서관 활용정보 등 송파구에 있는 각종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앱을 개발하기 위해 공무원 35명이 뜻을 모아 만든 동아리다. 두루누리는 유비쿼터스(만능정보통신망)를 한글로 표현한 것이다. “송파구민이 가장 관심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파악했죠. 석촌호수더군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한 번쯤은 찾는 곳이니까요.” 동아리 고문을 맡고 있는 조윤석(53) 정보통계팀장의 말이다.

평범한 공무원이었던 이들은 “송파구민을 위해 도전해 보자”고 합심했다. 주란(42)·김명철(30)·김유강(33)·염은열(37) 회원이 중심이 됐다. 염씨가 앱 개발을 담당하고, 나머지 3명이 자료조사를 맡기로 역할을 나눴다. 공식업무가 아니다 보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염씨는 서울시에서 진행한 앱 개발 특강을 듣고 관련 서적을 구입해 점심시간과 퇴근 후에 공부하며 지식을 쌓았다. 김명철씨는 수원에 있는 집에서 송파구청으로 오가는 3시간 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앱을 50개 넘게 다운 받아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주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석촌호수를 찾아가 무슨 나무와 꽃이 있는지 호수에는 어떤 종류의 물고기가 사는지 살폈다.

이들은 “처음엔 ‘석촌호수에 별 다른 게 있을까’ 했는데 발로 뛰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지나치고 넘어갔던 여러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석촌호수에서는 악취가 났어요. 호수 주변으로 들어선 노점상들 때문에 구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천덕꾸러기였죠.” 석촌호수의 과거에 대해 주씨가 입을 열었다. “석촌호수는 원래 한강 본류였고 조선시대 한성과 삼남지방(충청·전라·경상도)의 뱃길을 잇는 송파나루터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1971년 한강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통해 지금의 석촌호수가 만들어졌고 송호대로 개통 이후 동호(東湖)와 서호(西湖)로 구분됐죠.” 송파구가 2001년 석촌호수를 끼고 조성된 송파나루공원을 ‘명소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뒤 4년에 걸쳐 총 78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재정비 작업을 실시한 결과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들이 지난해 12월 완성한 ‘석촌호수’ 앱에는 호수 역사는 물론 호수 주변 꽃과 나무, 행사 안내, 송파 지역 명소·시설 위치 같은 다양한 정보가 담겼다. 지금까지 400여 명이 앱을 다운 받아 사용하고 있다.

김명철씨는 “석촌호수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즐길거리와 먹거리를 갖추고 있어 가족·친구·연인이 함께 휴식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라고 강조했다. 장미원, 삼전도비, 갤러리 수(水)는 석촌호수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장미원에는 한 해 30종이 넘는 장미꽃이 피고 진다. 사적 101호로 지정돼 있는 삼전도비에는 문화해설사가 상주해 있어 그곳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석에 얽힌 역사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갤러리 수(水)에서는 수시로 전시회가 열려 산책객들에게 무료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놀이마당과 서호 수변무대에서는 주말마다 산책객들이 어깨춤을 덩실거릴 만한 공연이 펼쳐진다. 서울놀이마당에서는 주말 오후 3시에 무형문화재·퓨전국악 공연이 열린다. 7~8월 오후 서호 수변무대에서 진행되는 포크송·록·재즈·가요 등 각종 장르의 공연은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귀를 시원하게 해 준다. 김유강씨는 “앱을 통해 공연일정을 공지하기 때문에 즐기고 싶은 공연을 손쉽게 골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도 풍성하다. 석촌호수를 바라보며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더다이닝 호수(The Dining Hosoo)와 카페 고고스(Cafe GOGOS)가 있고, 석촌호수를 나와 편도 2차선 도로만 건너면 커핀그루나루·카페베네·압구정볶는커피 같은 카페가 줄지어 있다. 현재 송파구는 이 거리를 ‘카페거리’로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명철씨는 “석촌호수 주변으로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아이들은 최고의 체험학습장을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호수를 따라 늘어선 벚나무·소나무·버드나무 등 44종 30만6000여 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곳곳에 피어 있는 온갖 들꽃과 부들·물억새·꽃창포·범부채 같은 수생식물 60종도 아름다운 경치를 더한다. 아이들은 호수에 살고 있는 거위와 오리에게 먹이를 주면서 자연스레 조류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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