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138조 자격심사 조항 … 새누리·민주 이심전심 ‘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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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이석기·김재연 제명의 묘수를 찾았다. 국회법 138조에 있는 자격심사 조항이다. ‘의원이 다른 의원의 자격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는 30인 이상의 연서(서명)로 자격심사를 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원내사령탑이 공교롭게 동시에 같은 언급을 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통합당이 협조해주면 (재적의원) 3분의 2가 확보되고, 그렇게 되면 (자격심사)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선 자진 사퇴, 후 자격심사’를 언급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자격심사를 해서 의원직을 박탈하겠다는 거다. 자격심사에 필요한 수개월의 시간을 요하기는 하겠지만, 새누리당 의석(150석)과 민주통합당 의석(127석)을 합치면 절대다수가 되므로 두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당장 옛 당권파의 당원비대위 김미희 대변인은 “두 의원이 색깔론까지 동원된 낙인찍기 식 여론재판의 희생자임이 드러난 마당에 박 위원장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두 의원 사퇴를 신호탄으로 통합진보당이 붕괴되고 나면 다음 수순은 민주당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며 “지금은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을 저지하고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양당이 굳건히 공조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국회의원 자격심사 조항의 적용은 옛 당권파엔 위협적인 조치다.

 그러나 두 의원에 대한 출당을 추진 중인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 이정미 대변인은 박 위원장 발언에 “혁신비대위는 두 사람을 포함한 경쟁 비례대표 후보의 사퇴를 결의했으나 이들이 사퇴를 거부해 25일 당기위에 제소하는 등 쇄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고 있다”며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요구를 반드시 실현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인 만큼 이행과정을 지켜봐달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박 위원장 발언을 반대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와 옛 당권파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옛 당권파에는 거리를 두겠지만 야권연대 자체를 파기하진 않을 거란 얘기다. 박용진 대변인은 “두 의원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두 의원에게도, 통합진보당에도, 야권연대에도, 연말 정권교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퇴 요구는) 야권연대를 깨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깨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종북(從北) 성향이란 의심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해 국방위 등 특정 상임위 배치를 허용하지 말자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비교섭단체 의원의 상임위 배치는 국회의장의 고유권한이라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게 안 된다”면서다. 국방위 등에 배치하는 걸 막더라도 민주통합당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거다.

또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 몫의 상임위원장 배정을 요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근 김선동 의원이 찾아와 상임위원장을 (챙겨달라고) 요구해 ‘알았다’고 답변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는 “‘알았다’는 말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과 협상을 통해 통합진보당 몫의 상임위를 챙겨줄 생각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양원보·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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