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쉬는 증시 '개미가 왕'

중앙일보

입력

외국인들이 쥐고 있던 장세 주도권이 개인투자자로 넘어가고 있다.

29일 증시에서는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외국인 선호주 약세' '개인 선호주 강세' 의 상반된 흐름이 뚜렷했다.

장 마감 직전까지 외국인들은 올들어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보임에 따라 지수는 보합권에서 등락했으나 개인투자자가 몰린 중.소형 종목이 일찌감치 상한가 행진을 달리며 시장을 달궜다.

거래소의 경우 62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 지난 11일 이후 최다를 기록했고 상승 종목도 5백81개로 하락종목의 두배를 훨씬 넘었다.

특히 코스닥은 닷컴 3인방과 대형 통신주 등 지수 관련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음에도 전체 등록 종목의 35%인 2백27개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들어 꾸준히 주식을 내다팔았던 개인들이 재매수에 나서며 '외국인 비켜가기' 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개인들의 주식 매각 대금 1조3천9백억원 대부분이 예탁금으로 머물러 있고 새로 들어온 2천억~3천억원도 매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며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 여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개인들이 외국인이 손대는 종목을 피해 매매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 단기 개별종목 장세 불가피〓이같은 장세 흐름은 적어도 오는 31일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하폭을 결정할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경우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외국인이 쏟아내기 시작한 매물을 소화할 매수세가 마땅하지 않다.

투신 등 기관에는 자금이 들어오는 기미가 여전히 미약한 상태다. 더욱이 코스닥 대형 종목들은 코스닥50 선물의 도입으로 발걸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미 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된 상태라는 점도 개별종목들의 순환매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대로 0.5%포인트 인하가 이뤄져도 연초처럼 가파른 랠리는 어렵고 오히려 인하폭이 0.25%포인트에 그칠 경우 조정폭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공격적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를〓개인투자자들끼리의 수익률 게임 성격이 강한 개별 종목 장세에서는 섣부른 매수보다 장세 추이를 확인하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 책임연구원은 "아시아펀드에 자금이 순유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매매양상이 불안하고, 기대만큼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 않아 부담스럽다" 며 "미 금리와 나스닥 등 주요 변수의 방향이 결정된 뒤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팀장도 "개인들의 매수 여력에 비해 거래소와 코스닥의 개별종목 수가 너무 많아 시세가 나더라도 약할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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