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잠입 영국 기자, 기차에서 손 흔들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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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선]

평양 시내 한가운데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동상 앞에 두 외국인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허리를 숙이고 있다. 두 사람은 영국 대중매체 더선의 기자 시몬 존스와 알렉스 피크다. 30일(현지시간) 더선은 두 기자의 북한 잠입 취재기를 보도했다. 둘은 일주일 간 북한을 여행했다. 대중지 기자답게 심각한 취재는 제쳐뒀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살펴봤다.

이들은 평범한 사업가로 위장했다. 사업체 주소에 이메일 계정까지 가짜로 만들었다. 언론인이란 사실을 여행사에도, 북한 측에도 밝히지 않았다. 둘은 중국 국경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갔다. 우선 신의주에 여장을 풀었다. 이들은 “몇 마일 떨어진 중국은 (조명 때문에) 밝게 빛났지만 북한은 다른 별 같았다. 시내는 우중충(dingy)하고 으스스(bleak)했다. 가게나 음식점 어느 곳에서도 조명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두 기자는 1940년대 만들어진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이동했다. 320㎞를 가는데 6시간이 걸렸다. “기차 밖 북한 사람들에게 계속 손을 흔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손을 흔들어 답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둘은 평양 양강도 호텔에 묵으면서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김일성ㆍ김정일 동상을 참배할 때는 씹던 껌을 뱉어야 했고, 북한 주민과 어린 학생들이 울면서 조화를 흔드는 모습을 위화감 속에 지켜봤다. 평양 시내의 패스트푸드점도 방문했다. “가이드는 (맥도날드) 빅맥을 모델로 만든 햄버거라고 소개했지만 절대 쇠고기는 아니었다. 오직 신만이 어떤 고기로 만들었는지 알 것”이라고 맛을 묘사했다.

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도 방문했다. 북한인 가이드는 2500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들 기자는 “만약 사실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일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평했다.

또 “북한인 가이드 세 명 모두 비틀즈는 알고 노래도 좋아한다고 했지만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에 대해선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마이클 잭슨 정도는 안다고 했다. 그런데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고 얘기하니 충격을 받더라”고 전했다. 북한 가이드에게 미국에 대해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타도 미국”을 외쳤다고도 했다.

영국 기자들이 본 북한 도로 모습은 더 기묘했다. “북한인 가운데 1%도 안 되는 사람이 차를 갖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교통 체증은 없었다. 하지만 도시든 시골이든 확성기 달린 파란색 밴이 돌아다녔다. ‘열심히 일하라’란 같은 메시지만 반복해 울려 퍼졌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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