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지놈 완전 해독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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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개의 보물 창고, 그 창고안에 어떤 보물이 들어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열쇠를 얻은 것이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이길복 생물자원부장은 벼의 완전한 게놈 지도 작성의 의의를 한마디로 보물 창고의 열쇠를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있는 신젠타(Syngenta)와 미국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티소재 미리어드 지네틱스(Myriad Genetics Inc.) 등 2개의 생명공학회사는 최근 벼의 완전한 게놈 지도를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민간 생명공학회사의 게놈 해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주곡, 쌀의 문화에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먼저 벼 품종 개량을 통한 엄청난 쌀 증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벼 농법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비료나 농약, 토양 조건 등 외부조건의 변화로 인한 증산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농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벼 유전자가 갖고 있는 특성을 활용한다면 생산력이 뛰어난 우수 품종들의 개발은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증산과 함께 유전자 기능을 통한 물질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농진청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부장은 "쌀은 12개의 염색체 속에 약 5만개의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각각의 유전자는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 기능은 지금까지 신(神)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으나 게놈 지도가 완성되면 각각의 기능 연구가 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작업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벼가 갖고 있는 5만개 유전자의 기능에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 기능이 있을수도 있고 노화를 억제하는 유전자 기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놈 해독이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해도 각각의 유전자 기능을 밝혀내는 작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벼 게놈의 완전한 해독이라는 것은 5만개의 보물창고의 위치를 파악한 것 뿐이지 그 보물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벼 게놈 지도를 작성한 신젠타 측이 개발도상국 등 가난한 나라를 위해 연구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지만 엄청난 수익성이 예고되는 유전자 각각의 기능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것도 이같은 기능 연구의 어려움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 부장은 "만약 민간 회사에서 완성한 벼의 게놈 지도가 완벽하다면 이젠 우리나라도 각각의 유전자 기능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 연구작업은 단시간에 결과물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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