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북한 미술 5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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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미술연구소장 이구열씨의 『북한 미술 50년』은 해방 이후 북한 미술사를 연대별로 정리함으로써 북한 미술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린다.

북한 미술은 그간 국내에서 종교단체나 재미 교포 화상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만 소개됐다. 위작 시비가 일어나도 어느 학자도 자신있게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반인이 갖고 있는 북한 미술에 대한 지식은 우리의 동양화에 해당하는 조선화가 주류 장르라는 수준에서 머문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라는 말도 얼핏 떠오른다. 아닌게 아니라 이 책에 따르면 주체사상에서 주체미술이 강조됐으며 주체미술의 중심은 조선화다.

1999년 인민예술가와 공훈예술가 1백여명 중 조선화가의 비중이 유화가의 약 3배 가량에 해당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주체미술의 기원은 항일혁명미술. 주체사상이 '김일성 장군'이 활약하던 일제시대 항일 무장독립투쟁에서 그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때부터 사회주의 혁명 찬양(해방 직후) -전후 인민경제 복구(50년대) -집단 창작과 기념비 미술(60년대) -주체미술의 전성기(70년대) 등 시대별 과제에 충실하게 발맞춘 북한 미술의 변천이 펼쳐진다.

기존에 출간된 기행문식 소개글에 비해 좀 딱딱한 느낌이다.깊이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김주경 ·길진섭 ·김용준 등 월북 화가들과 정종녀 ·정창모 ·정영관 등 북한의 대표급 작가들의 도판(圖版) 이 비교적 충실하게 곁들여져 있어 자료적 가치를 높이 사줄만 하다.

부록으로 '북한 미술가 소사전' '북한 미술 용어 해설'등이 실려 있다. 모든 연구의 첫 걸음은 자료 수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 미술 연구의 본격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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