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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캐프리아티, 화려한 재기

중앙일보

입력

'비행 청소년에서 다시 테니스 여왕으로.'

1990년 프랑스오픈에서 야무진 표정으로 준결승에 진출해 세계 테니스팬들을 놀라게 했던 13살 미국 소녀.

제니퍼 캐프리아티(24)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이듬해 윔블던과 US오픈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하며 세계랭킹 6위까지 올라 새로운 테니스 여왕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는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한 부담감 탓인지 마약을 복용하고 절도죄로 경찰에 체포되는 등 방황기를 보내다 결국 94년 이후 3년 동안 라켓을 놓고 서서히 팬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진 미완의 스타였다.

11년이 지난 지금 '앙팡테리블'로 불리던 이 소녀가 성숙한 처녀로 성장해 '여왕'의 꿈을 이루고 말았다.

캐프리아티는 27일 올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세계 최강인 마르티나힝기스(스위스)에 예상을 깬 완승을 거두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을 밟았다.

한때 세계랭킹이 227위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딸의 재기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정(父情)과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결국 열매를 맺은 것.

끊임없는 훈련으로 비대하고 둔해졌던 몸을 매끈한 근육질로 만들자 서비스의 속도와 날카로운 각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그라운드스트로크는 자로 잰 듯한 정확성을 회복했다.

이날 약자 편에 선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캐프리아티는 이처럼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펼쳤고 이 대회 4번째 패권을 자신하던 힝기스의 높은 콧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방황의 세월을 날려버리듯 라켓을 하늘 높이 던져올리고 울음을 터뜨린 캐프리아티는 "믿기지 않는다.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을 굳게 믿으면 결국 꿈은 이뤄진다"고 호령했다.(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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