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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애니메이션' 그거 재미있군

중앙일보

입력

플래시 애니메이션(Flash Animation) 이 붐이다.

지난 연말 유행한 동영상 e-카드, 엽기토끼, 졸라맨 시리즈가 모두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다.심지어 정치계와 관공서에서도 플래시 애니메이션 카드를 보냈을 정도다.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이번 설날에 동영상 e-카드 한 장 보내는게 어떨까.

#1. '삼팔광땡' e-카드.

화투패 팔광(八光) 속 달이 두둥실 떠오른다.그 달을 배경으로 빨간 벼슬이 선명한 닭(소위 ‘똥광’) 이 ’꼬끼오!‘를 외치고,우산 든 선비(소위 ‘비광’) 가 나타나 새해 인사를 한다.
“365일 내내 光나는 새해 되소서….”

올 초 유행한 1분 남짓의 이 ‘삼팔광땡’ 동영상 카드에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웃음을 터뜨렸다.볼펜을 꾹꾹 눌러 정성껏 쓴 연하장은 아니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에 외려 보낸이의 정성을 느낄 정도다.이밖에도 엽기 아동의 힘찬 출발을 그린 카드,성냥팔이 소녀의 고행 등 다양한 e-카드가 인기를 끌었다.이런 동영상을 가리켜 바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동영상 제작에 ‘플래시’라는 특정 프로그램이 이용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연말 센드투유(http://www.send2you.co.kr),네이버카드(http://card.naver.com)등 인터넷 카드 사이트에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이 끊이지 않았다.e-카드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킨 주역이다.

#2.여자친구를 위하여.

플래시를 이용해 손수 동영상 e-카드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팬시업체 제작 카드보다 예쁘지 않아도 손수 만든 카드에는 애정이 녹아 있다”는 생각들이다.이를 반영하듯 대표적 인터넷 커뮤니티인 다음 카페에는 지난해 플래시 관련 동호회가 60개나 결성됐다.회원도 3만여명을 넘는다.

“회원들은 초등학생에서 회사원까지 다양해요.하루에도 수백명씩 가입합니다.다들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죠.실력 자랑이 목적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접 e-카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요.인터넷 명함,커플 홈페이지도 많이 선호하는 분야죠.‘아무개야 사랑해’같은 글자만 사용한 e-카드는 2∼3일만 공부하면 만들 수 있거든요.”

회원수 8천5백여명인 다음 카페 ‘플래시방’ 운영자 이준호(35·웹 기획자) 씨의 설명이다.
20일이면 여자친구와 만난지 1백일이 된다는 대학생 박성우(22) 씨도 일주일째 관련 서적을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작에 푹 빠져있다.여자친구와의 만남 1백일을 기념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게 그의 목표다.

“요즘 애들 사이에 플래시,진짜 유행이에요.플래시 애니메이션 보는게 낙이라는 애들도 있다니까요.조금 있으면 발렌타인 데이(2월14일) 잖아요.남자친구에게 보내겠다고 플래시 공부하는 여자애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3.졸라맨과 엽기토끼.

좌충우돌 싸우는 막대기 인간 ’졸라맨‘.특기는 졸라매기다.‘매우’,‘아주’라는 의미의 은어인 ‘졸라’에서 이름을 따왔다.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그러나 사회 정의를 위해서 한 목숨 바치겠다는 우스꽝스런 캐릭터다.

현재 2탄 2부까지 나온 졸라맨 시리즈는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김득헌(29) 이라는 개인이 제작·연출·음향까지 맡은 1인 제작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다.일회성 e-카드와 달리 매달 한 편씩 1∼2분짜리 후속작이 나오는 연작 에니매이션으로 개인 제작의 한계를 기발한 상상력,반전의 묘미로 채워 네티즌들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 12일 용량 큰 서버로 이전한 김씨의 사이트(http://www.dkunny.com)에는 벌써 4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제 손에서 시작해서 제 손에서 끝납니다.제 목소리를 마이크로 녹음 한 후 사운드 에디팅 프로그램에서 샘플링 비율을 빠르게 변조해서 만든게 졸라맨의 목소립니다.아이디어는 평상시 조금씩 구상해뒀다가 작업에 반영하는거죠.”

인기면에서 있어 졸라맨에 필적하는 게 엽기토끼 시리즈다.원래 제목은 ‘마시마로의 숲이야기’.맥주병을 깨들고 북극곰에게 겁없이 덤벼들거나 달에서 쿵쿵 뛰다 떨어져 계란 후라이가 된다는 엽기적 내용에 자지러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인터넷 기업도 호황을 맞고 있다.1백20여명의 제작진을 보유한 클럽와우(http://www.clubwow.com)는 1년여만에 4백40여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이밖에도 X뉴스(http://www.xnews.co.kr),아툰즈(http://www.atoonz.com)등이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미학.

2∼3분 분량의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이음새가 허전하고 어딘가 애들 장난같다는 느낌을 준다.그런데 젊은 애니메이터들은 이 부분을 파고 든다.기발한 상상력과 재치,극적 반전의 묘미를 통해 어색함을 없애고 ‘애들’의 인기를 끌며 독자적인 장르로서의 생존 가능성을 마련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제작이 가능해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소비자의 간극을 없앴다는 점에서 1인 예술가의 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마우스를 갖다 대면 그림이 움직이거나 하는 게임적 요소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쫓아 올 수 없는 인터액티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말그대로 양방향적 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클럽와우의 장영환 팀장은 “기존 셀 애니메이션 제작비의 10분의 1로도 동일한 효과를 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며 플래시를 극찬한다.

졸라맨의 김득헌씨는 “기본적으로 플래쉬는 웹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용량을 먼저 생각해야하고,그러다보면 더 양질로 표현하고 싶어도 못할때가 있다”며 “표현욕과 전송속도를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플래시,인터넷 밖으로 뛰쳐나가다.

올해 들어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인터넷 밖으로 나가 케이블 TV와 비디오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코미디 TV는 지난 2일부터 ‘야이노마’‘캣’‘플라스틱 플라워’‘찍사’‘5분 이야기’ 등 순정·성인·액션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고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작사 리얼코믹은 다음달 플래시를 기반으로 한 비디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여자 속옷에 집착하는 남자 이야기,영화 미션 앰파서블 패러디 등 15분짜리 단편 6개로 이뤄져 있다.

◆ 플래시란…

미국 매크로미디어(macromedia) 사에서 만든 인터넷 동영상 제작용 소프트웨어. 지난 1997년 출시돼 역사는 짧지만 표현의 다양성과 간편성으로 웹 애니메이션 저작 도구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일반 동영상에 비해 16분의 1의 압축 비율을 갖기 때문에 전송속도에 있어 탁월하다.
또 점으로 이뤄진 비트맵(Bitmap) 이미지와 달리 선을 기본으로 해 확대해도 이미지가 깨지지 않는다.
그래서 파일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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