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SW=공짜' 인식 버려야

중앙일보

입력

검찰과 경찰의 불법 소프트웨어(SW) 단속에 기술지원을 나가다 보면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어떤 업체는 단속을 나가자 50명의 직원 중 48명이 외근이라면서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모든 컴퓨터에는 잠금장치(Lock)를 걸어놓아 당황한 적이 있다.

또 디자인 관련 업체가 많은 충무로 쪽에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을 나갔을 때엔 "당신들은 불법복제 안 하느냐.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우리한테만 이러느냐" 며 거세게 항의하는 업체도 있다.

멀리서 단속반을 보고 아예 사무실 셔터를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모 업체가 SW 저작권 침해행위로 고소돼 적발됐다. 그 업체의 전체 불법복제율은 66%였다.

특히 나모웹에디터.새롬데이타맨.안철수바이러스.MS워드 등은 1백% 불법복제된 것으로 나타나 피해액이 3억2천만원으로 추산됐다.

그 회사 관계자는 "남들도 다 복제해 쓰는 데다 회사 상황도 좋지 않아 그랬다" 고 말했다.

SW 저작권의 보호와 육성에 앞장서야 할 정보기술(IT)업체가 불법복제품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물론 우리 IT업계 전체가 그렇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SW 저작권을 지켜야 할 당사자들조차 이 정도니 기초부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외국 TV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봤다.

부모가 아이에게 "뭘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니" 하고 묻자 아이는 PC를 갖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PC를, 어머니는 SW를 선물로 사주겠다고 했다. 외국에선 SW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흔히 PC의 값을 말할 때 하드웨어(HW)가격만 생각하기 일쑤다. SW가 없는 HW란 상상할 수 없는 데도 말이다.

지갑 속 돈의 가치만큼 PC에 탑재된 SW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것이 중요한 재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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