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지난 총선·대선 때도 이석기에게 27억 일감 몰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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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당사가 있는 12층 화장실에서 세면을 마친 뒤 10층에 있는 진보정책연구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성룡 기자]

통합진보당이 큰 규모의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석기(당권파·비례대표) 당선인이 운영하던 선거기획 업체에 수십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줬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본지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2007~2008년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민노당은 2007년 17대 대선과 2008년 18대 총선 등 두 차례의 큰 선거에서 CN커뮤니케이션즈(당시 CNP전략그룹)을 홍보업체로 이용, 모두 28억원 가까이를 지급했다.

 CN은 이 당선인이 2005년 2월 설립한 회사다. 4·11 총선 당시 김선동(전남 순천-곡성)·이상규(서울 관악을)·김미희(경기 성남 중원)·오병윤(광주 서을) 등 당권파 계열의 지역구 당선인 4명 모두 이곳에 일감을 몰아줬다. 이석기 당선인은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지난 2월 이 회사의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뗀 상태다. <본지 5월 21일자 5면>

 보고서에 따르면 민노당은 2007년 3월 20일부터 2008년 12월 30일까지 34차례에 걸쳐 이 회사에 거리 현수막, 공보물 등 대선 관련 비용으로 모두 13억8013만5228원을 지불했다. 회계연도를 넘겨 CN에 대해 부채로 남아 있던 비용은 대선이 끝나고 1년여가 지날 때까지 분할 상환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와 별도로 총선 비용으로는 2008년 3월 21일부터 2008년 6월 11일까지 11번에 나눠 총 13억7894만4280원을 냈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민노당 중앙당이 CN의 매출에 기여한 규모는 27억5907만9508원에 달했다. 18대 총선 당시 중앙당 회계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구 출마자가 103명이었던 걸 고려하면 민노당의 일감 몰아주기는 이보다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로 출마자 수가 51명으로 줄어든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지역구 출마자들은 이 회사에 12억원 이상의 홍보비용을 지불했다.

 선거 비용을 제외하고 통상적인 정당·조직활동비 명목으로 2007~2008년 CN에 지급된 금액은 1억9578만9724원이었다. 여기에 이석기 당선인이 설립을 주도한 인터넷 언론사 ‘민중의 소리’의 수입으로 잡힌 9632만5964원까지 합치면 민노당이 이 당선인의 사업 활동에 기여한 규모는 공식 회계장부상으로만 모두 30억5119만5196원에 이른다.

 당원들의 당비로 얻은 수입 등을 제외하고 정당의 선거비용과 운영비는 대부분 국가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2005년 2월 자본금 4억원으로 시작한 CN이 3년여 동안 두 번의 전국 선거를 거치며 민노당과의 거래 덕분에 사세를 확장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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