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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쇼크 …‘버블 2.0’ 붕괴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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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의 한 전광판에 페이스북 주가가 표시돼 있다. 페이스북 주가는 이날 10.99% 급락한 34.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로이터=뉴시스]

‘닷컴 2.0’ vs ‘버블(거품) 2.0’.

 현재 스코어로는 버블 2.0의 승리다. 18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페이스북의 주가가 21일 10.99% 급락한 34.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에만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115억 달러(13조원)가 줄었다. ‘페이스북 쇼크’가 시장을 흔들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9억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이다. 상장과 동시에 1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회사가 됐다. 공모가가 애초 28~35달러에서 상장을 코앞에 두고 35~38달러로 예상범위가 상향 조정되더니, 하루 전날 최고가인 38달러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상장(IPO) 주관사였던 모건스탠리는 수수료로만 1억75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벌었다.

 상장 이전만 해도 페이스북은 닷컴 2.0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인터넷 기업이 처음 각광받던 1990년대 말이 ‘닷컴1.0’ 시대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시장에서는 닷컴 2.0 시대가 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간 페이스북의 성장세는 눈부셨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매출은 37억1100만 달러였다. 2010년(19억7400만 달러)에 견줘 88% 늘었다. 이익도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47%에 이른다. 1000원어치 팔면 470원이 수중에 떨어진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은 보통 1000원어치를 팔아 100원을 남기기 벅차다.

 그러나 18일 상장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90년대 말 인터넷 주식에 버블이 끼었던 것처럼(버블 1.0) 페이스북도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걱정이 나왔다. 상장 첫날은 그럭저럭 넘겼다. 모건 스탠리는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자 23억 달러를 긴급 투입해 6300만 주를 사들이며 주가를 떠받쳤다. 그러나 이틀째인 21일 주가가 급락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의 폴 파렐 칼럼니스트는 페이스북 주가에 대해 “마치 99년 인터넷 주식에 끼었던 버블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주가의 고평가 여부는 주가이익비율(PER)로 알아본다.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PER이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페이스북의 PER은 공모가 기준으로 74배에 달한다. 애플(13.7배)이나 구글(19.7배)은 물론이고, 나스닥 기술주 평균(20.8배)에 비해서도 높다. 상장 직전 제너럴 모터스(GM)가 광고 효과가 없다며 페이스북에 대한 광고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투자자들의 염려를 부추겼다. 미국 리서치회사인 허드선스퀘어리서치의 대니얼 언스트 이사는 “전 세계 9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있고 영업 마진이 50%를 웃도는 놀라운 기업이지만, 이제 막 디지털 광고 쪽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장 이익의 70배씩이나 되는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구글과 아마존도 상장 당시 PER이 각각 100배, 126배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고평가 논란을 빚었던 최대 소셜 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은 상장 후 주가가 반 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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