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백화점·스키장 폭설에 희비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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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있죠. 산골마을에나 가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던 눈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좋죠. 하지만 우리 주변엔 눈이 많이 내려 애를 먹는 사람도 많답니다.

정초부터 지난 열흘 동안 눈 때문에 생긴 피해를 돈으로 따지면 전국적으로 2천여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중소기업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의 폭설 피해만 해도 2백64억원이랍니다.

항공회사들은 1백34억원의 피해를 보았습니다. 공항에 눈이 쌓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1천73대의 비행기를 못 띄웠기 때문이지요. ' 비행기를 이용하려던 승객들의 피해도 컸지요.

서류나 조그만 화물을 오토바이에 싣고 도심 이곳저곳을 달리는 '퀵서비스' 업체도 폭설의 피해자입니다. 길이 미끄러우면 오토바이는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퀵서비스 아저씨들이 배달을 싫어해 출근조차 안하는 바람에 배달량이 평소의 절반도 안됐다고 해요.

지난 5일 새해 첫 바겐세일을 시작했던 백화점들도 눈 피해를 보았습니다. 폭설이 내린 지난 7, 9일 춥고 길이 미끄럽자 사람들이 쇼핑하러 나서기를 꺼려했죠. 그 바람에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 줄었답니다.

홈쇼핑.인터넷 쇼핑 등의 업체는 오히려 폭설의 덕을 톡톡히 봤지요. 집에서 TV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업체는 평소보다 25% 이상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죠.

눈이 많이 내리면 당장 농수산물 값이 뜁니다. 20년 만의 폭설이 내렸다는 7일 그 다음날, 눈 때문에 각 지방의 농산물이 서울로 올라오지 못해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파는 배추.무 등의 값이 30% 이상 치솟기도 했습니다.

스키장은 손해도 봤지만 덕을 보기도 했답니다. 최근 스키대회가 열렸던 용평스키장 등 주요 스키장은 폭설 때문에 곤돌라와 리프트가 고장나고 슬로프가 엉망이 돼 대회를 하루 연기하는 등의 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폭설 덕에 인공눈을 만들 필요가 없어 비용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포천 베어스타운의 경우 보통 한겨울에 60일 가량 인공눈을 만드는데 2억5천만원 가량 든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폭설 덕분에 최소 보름 동안 인공눈을 만들지 않아도 돼 5천만원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답니다.

눈은 귀중한 자원이기도 하죠.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겨울의 찬 바람을 피해 땅 속에서 한겨울을 나면서 싹을 틔우는 보리.마늘.양파 등의 작물이 얼어죽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져도 50㎝ 정도 쌓인 눈 속은 영하 1~2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또 눈은 땅이 깊은 곳까지 어는 것을 막아줍니다. 물뿐 아니라 질산.암모니아 같은 비료성분도 공급해줍니다.

물론 이번처럼 지나치게 눈이 많이 내리면 비닐하우스 등이 피해를 보게 되지요. 지난 7~8일 이틀 동안 내린 폭설 만으로도 올해 물 걱정은 안해도 된답니다. 내린 눈을 강수량으로 따지면 서울만 1천3백13만t이라고 합니다. 전국적으로는 수십억t에 이르는 양이지요.

농림부에서는 "이번 눈으로 전국 1만8천여개 농업용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 논농사 물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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