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에 리베이트 거품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중소 자영업자가 카드 승인을 중개하는 밴(VAN)사와 대형 가맹점에 대해 리베이트를 주고받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유권자시민행동 등 6개 시민단체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한국정보통신 등 13개 VAN사와 이마트 등 대형 가맹점 18곳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권자시민행동 등은 중소 자영업자가 중심이 된 시민단체로 VAN사와 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문제로 삼은 것은 VAN 사업자와 대형 가맹점 간의 ‘뒷거래’다. 오호석 유권자시민행동 대표는 “VAN사가 카드 거래를 대행해 주면서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대형 가맹점에 주고 있다”며 “이 같은 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으면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VAN 사업자는 거래건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리베이트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리베이트만 없애면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의 판단이다. 카드사가 VAN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건당 평균 90~150원 수준이다. 한 VAN사 관계자는 “이 중 80원 정도를 다시 대형 가맹점에 돌려준다고 보면 된다”며 “거래 건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의 경우 120원까지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처럼 불투명한 수수료 결정 과정 때문에 지난 10년간 거래건수가 급증했는데도 VAN 수수료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최근 소액결제가 늘면서 VAN사의 영업이익은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연구 결과 VAN사가 대형 가맹점에 내는 리베이트만 없애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0.16%포인트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VAN사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VAN사 수수료는 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VAN협회 사무국장은 “실제 가맹점 수수료에 반영된 비용은 0.1~0.2%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며 “VAN사의 수수료를 낮추면 가맹점 수수료가 떨어진다는 논리는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VAN 업계를 직접 관리·감독할 규정이 없어 업계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밴(VAN)사업자 독자적인 통신망(VAN·Value Added Network)을 구축해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결제를 돕는 사업자. 가맹점에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관리하고 카드사로부터 결제 건당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카드사가 VAN사에 지급한 전체 수수료는 2010년 기준 6800억원가량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