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옴부즈맨' 프로… 하려면 제대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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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 하면 개성파 배우 신신애가 엽기적 표정으로 막춤을 추며 부르던 노래가 떠오를 것이다.

그 가사가 신랄하기 이를 데 없는데 이런 부분이 기억난다. 엿새 동안 열심히 죄를 짓고 일주일에 한번 예배당 가서 또 열심히 회개하고 다시 죽어라고 죄짓고 사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텔레비전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처한 환경도 엇비슷하다. 평상시엔 글자 그대로 평상심으로 제작하다가 갑자기 옴부즈맨 시간이 되면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하고 막 그런다.

그러나 웬걸. 개선의 풍경은 전혀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 이라지만 이건 참 해도 너무 한 것 같다.

정치판에서 주고받는 식의 이야기로 하자면 옴부즈맨은 그야말로 제작의 2중대 노릇을 하고 있다. 면피용, 혹은 구색 맞추기식이라는 말이다.

제목은 모두 그럴 듯하다. 'TV는 내 친구' (KBS), 'TV속의 TV' (MBC), '열린 TV 시청자세상' (SBS)등 제목대로라면 정말 친구가 되어 열린 TV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제대로 된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독립적으로 소신껏 만들자는 얘기다.

먼저 지금 위치(편성)에서는 결코 힘을 쓸 수가 없다. 토요일 아침 혹은 한낮에 아무리 문을 활짝 열어놓아도 손님의 눈과 마음을 끌어당기기는 어렵다.

발상의 전환은 이런 때 한번 해 볼 일이다. 토요일 혹은 일요일 밤 10시쯤이 어떨까 싶다. 한 주일의 모든 프로그램을 다시 리뷰하고 신상필벌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생방송으로 시청자의 피드백을 리얼타임으로 받아야 한다.

누가 출연하느냐가 중요하다. 문제가 있다고 도마에 오른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출석시켜야 한다.

국회의원도 강제구인하는 판에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을 부르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거기 나와서 마음 속에 품은 말을 토해내야 한다. 예술가이므로 나는 작품으로만 말하면 된다고 건방 떨지 마라. 누가 그대에게 예술가라는 작위를 부여했는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표현의 통로로 쓰는 주제에... 방송을 감시한다는 사람들도 마음 잡고 연구 좀 해야 한다.

전문성이라는 건 제작자에게나 비평가에게나 똑같이 요구되는 덕목이다. 사람들은 불꽃 튀기는 걸 보고싶어 한다.

원고(감시자)와 피고(제작자)가 한 자리에서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설전을 벌인다면 오늘날 TV를 요 모양 요 꼴로 만든 주범인 시청률도 덩달아 오를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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