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여차하면 '환경 변형' 부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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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콩이 우리 환경에 퍼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잡초에 제초제 내성 유전자가 들어가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 잡초' 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연상태에서 제초제 내성 유전자가 잡초의 유전자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잡초와 콩은 종이 달라 교배(交配)가 안되거나 씨가 제대로 맺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유사한 종(우리나라 들에는 새콩.들콩 등 야생콩이 있다)끼리라면 교배가 가능하지만 콩은 꽃가루가 멀리 날아가지 않으므로 꽃가루로 인해 잡종이 생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옥수수는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미 미 코넬대 과학자들이 유전자 변형된(Bt독소 유전자를 지닌) 옥수수의 꽃가루가 나비의 애벌레를 죽인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다 잘못되면 진화 과정의 파괴, 생물 다양성의 교란, 식물의 잡초화, 신종 병해충의 출현, 주변 미생물의 변화 등이 우려된다.

특히 유전자 변형을 위해 사용된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우리 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독성이 있을 경우 이를 먹을거리로 하는 소비자나 작물 재배지 부근의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든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으면 몸 안의 대장균 등에 들어가 항생제 내성균을 만들어 병에 걸렸을 때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또 유전자 변형 작물이 새로운 생태계에 들어오면 균형을 잡기 위한 기간이 오래 걸리거나 교란될 수 있다. 외래 잡초와 병해충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전자 변형 작물 가운데는 우리 환경에서 우월하게 자랄 수 있는 작물이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유전자 변형 작물이 다른 생물체의 양분을 빼앗거나 독성물질을 분비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유사종과 교배해 유전자를 서로 교환함에 따라 기존의 종은 퇴화하고 유전자 변형 작물만 퍼질 수 있다.

또 곤충이나 미생물을 선택적으로 죽이거나 살려 생물의 분포도.서식밀도를 뒤바꿀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수입 유전자 변형 콩 등이 생태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할 때 만의 하나 발생할지 모를 위험성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부영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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