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 토론〉 신문개혁 놓고 공방

중앙일보

입력

MBC TV는 11일 오후 11시부터'신문개혁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 아래 〈MBC 100분 토론〉을 방송했다.

주제 자체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려니와 최근 미디어렙을 둘러싼 신문과 방송의 등에 이날 오전 대통령의'언론개혁 필요성' 발언까지 겹쳐 생방송 토론이 펼쳐진 울 여의도의 MBC B스튜디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MBC는 토론이 시작되기 직전 주요 신문사 사주의 부정적인 모습이 담긴 장면을 서트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이 프로그램이 이른바'족벌언론'을 겨냥하고 있음을드러냈다.

참석자들은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으나 신문사의 소유구조 분산등 구조적인 언론개혁 문제에 관해서는 큰 견해차를 보였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신문개혁위원장(전 세계일보 편집국장)과 강기석 경향신문 편집부국장은 족벌체제로 대표되는 신문사의 왜곡된 소유지배구조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정기간행물 등록등에 관한 법률' 개정과 국회내 언론발전위원회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종원 동국대 객원교수(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와 심재철 고려대 교수는 인위적인'언론개혁'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데다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한 뒤 "일종의 정치적 음모가 게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음은 토론자의 발언 요지를 간추린 것이다.

▲김위원장 = 한국 신문은 신뢰의 위기에 봉착해 더이상 수용자들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동안 신문들이 뉴스 가치를 왜곡ㆍ변질시켜왔기 때문이며,이러한 보도 태도는 지금도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 예를 들어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유용사건은 국민의 세금을 선거자금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유용'이라는 표현 대신 '도용'이라는 써야 한다. 그러나 신문들은 본질은 회피한 채 양당 대변인들의 입싸움만 유도하고 있다.

▲공교수 = 언론개혁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언론을 마음대로 고친다는 것에는 어떤 음모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선ㆍ동아ㆍ중앙일보 세 신문을 목표로 언론개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 같은데, 이 신문들은 가장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어려운 시절에도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내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 운운한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심교수 =개혁에는 기능적인 개혁, 철학적인 개혁, 구조적인 개혁 등 세 가지가 있다. 기능적ㆍ철학적 개혁을 한다는 데는 적극 찬성하지만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의 제한과 같은 구조적인 개혁을 하게 되면 시스템이 붕괴된다.

▲강부국장 = 신문이 신뢰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신문을 무서워한다. 언론이 권력기관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신문들은 오만해지기 시작해 자신들의 주장이 무조건 여론이 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고,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분노를 표현한다. 특정 신문사가 정치권력과 딜(거래)을 시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언론은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위치에 있어야지스스로 권력자가 돼서는 안된다.

▲김위원장 = 지난 30년 동안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유착돼 왔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어느 신문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며 권력 창출에 앞장서기도 했다.

▲공교수 = 군사정권 시절, 언론이 제대로 말을 못했다고 해서 30년 동안 권-언 유착해왔다고 매도해서는 안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언론인들이 제대로 보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부국장 = 신문에는 언론인 개인의 문제, 신문사 내부의 문제, 신문업계 전체의 문제, 권력과 자본 등 외부의 압력 등의 문제가 있으며 이것이 구조적인 편향보도를 낳는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언론의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김위원장 = 대한민국의 모든 신문이 주식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소유 분산이 안돼 있다. 모든 주식이 창업자 일가와 그 측근에게 집중돼 있어 사실상1인 기업의 형태다. 따라서 언개련은 그동안 소유분산을 요구해왔다.

▲심교수 = 조선일보가 90년대 이후 낸 세금만 해도 1천200억원이다. 이렇게 잘나가는 신문을 망하게 할 수 있느냐.

▲김위원장 = 한 사람이 주식을 대부분을 가지고 있으면 개인의 능력 부족이 조직의 능력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 사회는 다원화됐는데 신문은 1인 소유체제라 한개인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다.

▲공교수 = 개인이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신문을 비롯해 여러가지 소유 형태의 신문이 존재해야 한다.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처럼 가족, 혹은 혈족 경영방식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심교수 = 한국은 신문의 소유형태가 다양하다.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는 지난100년 동안 영욕의 시절은 있었지만 우리 사회를 지키고 있는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 보도한 신문들은 모두개인 소유의 신문사였다.

▲강부국장 = 한국의 신문시장을 보면 특정 언론이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해 무가지 살포와 경품 제공 등으로 지방신문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소수에 의해 전국의 언론이 장악되고 언론의 권력화 현상이 일어난다.

▲김영호 = 언개련은 소유분산을 통해 편집권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국회내의 언론발전위원회 설치를 제안해놓고 있다.

▲공교수 = 언발위는 어떤 특정 신문을 목표로 하지 않고 전체적인 입장에서 논의해야 하며, 개혁은 어디까지나 언론사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ㆍ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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