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1사2노조 시대개막

중앙일보

입력

서울 행정법원이 12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박종호.朴鍾鎬)가 낸 노조 설립신고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림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에 본격적인 1사2노조 시대가 열렸다.

아시아나항공에 앞서 작년 11월7일 대한항공의 기존 노동조합이 조종사 노조의 설립을 취소해달라며 서울 남부지방 노동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 신고 수리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도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 조종사 노조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조종사 노조에 대한 그동안의 탈법성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고 조종사들이 청원경찰 신분을 벗어나 기존 노조와 함께 합법적인 노사협상의 주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양사의 조종사 노조는 그동안 "하나의 사업장에 이미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더라도 기존의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달리해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는 것은 금지돼있는 복수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워 작년 하반기부터 끈질긴 투쟁을 벌여왔다.

법원도 판결문에서 "기존 노조가 조종사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조합비도 징수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활동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조직대상이 다른 조종사 노조를 복수노조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조종사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기존의 노조가 단체협상시 조종사들의 기본급 및 수당 부분에 관해서는 인상협상을 벌인 적이 없는 등 조종사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대상과 조직형태, 조합 구성원들의 실체와 구성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복수노조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6일 아시아나 조종사들이 파업을 철회하면서 회사측이 조종사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측이 조종사 노조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도주요한 판단근거로 작용한 듯하다.

이번 결정으로 이제 양대 항공사는 단체협상시 2개 노조를 상대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대신 조종사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할 별도의 노조를 가짐으로써 근무조건과 임금협상 등에서 과거보다 유리한 고지를 설수있게됐다.

법원의 결정은 또 항공사와 같이 직원들의 직종이 상이한 사업장의 노동조합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사업장이라도 상이한 직종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기존 노조와 별도의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전문가들은 "1사2노조 체제로의 전환은 노사 모두에게 새로운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계기"라면서 "사측은 복수 노조와의 협상을, 노조는 노-노 갈등의 극복을 각각 과제로 떠안게 됐다"고 평가했다.(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