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영화 〈왓 위민 원트〉

중앙일보

입력

이 영화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여성 관객을 겨냥해 만든 로맨틱 코미디다.

제목처럼 '여자들이 원하는 것' 을 알아채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멜 깁슨이 여자들의 모든 것을 미리 알고 배려하는 이상적인 매력남으로 등장한다.

〈패트리어트〉〈브레이브 하트〉에서 쌓은 전사적 이미지와는 달리 은근한 미소와 날렵한 몸짓, 그리고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애교로 웃음을 유도한다. 잘 나가던 광고기획자 닉 마셜(멜 깁슨)에게 시련이 닥친다.

당연하리라 믿었던 승진 기회가 경쟁회사의 여성 달시 맥과이어(헬렌 헌트)에게 돌아가고 마셜은 달시 밑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신세 한탄도 잠시, 그에게 주체하기 힘든 행운이 찾아온다. 집 욕실 바닥에 '꽈당' 넘어지는 순간, 여자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죄다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

마셜은 이 능력으로 달시의 아이디어를 훔쳐내 회사에서 인정을 받지만 어느새 둘 사이엔 사랑이 싹튼다.

이 영화는 섹시하고 지적인 멜 깁슨과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를 건드리는 대사, 그리고 극적으로 갈등을 넘어서는 달콤한 로맨스 등 여성 관객들에게 먹힐 만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누구나 상상해봤을 소재를 참신한 스토리로 엮어낸 것도 돋보인다. 그런 점에선 잘 만든 '여성용' 영화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능력있고 똑똑한 커리어 우먼 달시가 '추잡한 속물' 로 동료 여성들에게 낙인 찍힌 마셜에게 사소한 몇가지 이유로 넘어간다는 설정은 오히려 여성들을 화나게 할지도 모르겠다.

상영 시간 2시간 6분으로 부담없이 보려는 로맨틱 코미디로는 좀 긴편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순한 존재로 그린점과 상영시간이 2시간을 넘는 것은 흠이다.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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