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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궁금하다 … 박근혜 의원은 여성일까 ‘그들 중 가장 강한 남성’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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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여성일까 남성일까. 물론 엄연히 여성인 박 의원에게는 우문(愚問)이자 실례일 것이다. 그러나 여성·남성이 아니라 여성성(性)·남성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턱도 없는 질문은 아니다. 더구나 새누리당 새 지도부가 친박계 일색으로 구성됨으로써 박 의원은 일찍이 구경 못해본 장악력을 확보했다. 어제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 의원은 통합진보당이 분탕질 친 덕까지 챙겨 안철수 교수를 훌쩍 넘는 5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의 여성성 혹은 남성성이 대선 국면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궁금한 것이다.

 신기하게도 언론도 여성계도 박 의원을 좀체로 젠더(성)와 연결 짓지 않는 분위기다. 딱 10년 전인 2002년 박 의원의 힘이 지금보다 훨씬 약했던 때 여성계와 시민사회가 이 문제로 한동안 들끓었을 뿐이다. 진보 성향의 한 여성 언론인이 사실상 박근혜 지지를 선언해 촉발된 논란이다. 그는 “여성 진영이 왜 여성의 이해관계에 기반해 참정권 행사를 하지 않느냐”라고 도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다른 이들의 지지·비판이 거듭되면서 논쟁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요즘은 복지국가론으로 방향을 돌린 듯하지만 과거 박 의원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자주 입에 올렸다. 영국 최초로 여성 총리에 올라 11년 반 동안 자리를 지킨 대처다. 대처 시절 아이들은 “아빠,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철저한 남성 위주의 정계에서 자신의 남성·여성성을 적절히 구사해 정상에 올랐다. 그 탓에 가부장적 남성층과 페미니스트 양쪽에서 공격받았다. 정치 입문 초기에는 여성을 주제로 한 행사조차 참석하기 꺼렸고, “나는 여성해방운동에 빚진 게 없습니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남성보다 능력 있는 정치인으로 부각되길 원했다. 타임스지 기자가 대처를 “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남성(man)”이라고 묘사한 이유다. 총리가 된 후에는 내각에 여성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홍일점이길 원했던 것이다. 반면 필요할 때 가정주부·간호사·교사 등 여성적 이미지를 연출함으로써 남성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대처를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칼리굴라의 눈과 마릴린 먼로의 입술을 가졌다”고 평가했다(박지향, 『대처 스타일』).

 짐작건대 박근혜 의원은 지금 힘이 아주 센 데다 사회엔 다른 굵직한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한낱(?) 여성성으로 잴 때가 아니라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페미니스트 대다수가 진보 성향이라 박 의원을 아예 논외로 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아쉽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박 의원의 젠더 문제와 젠더 정책이 작은 일일까. 만약 이번 대선에서 남성·여성 후보가 대결하게 된다면 좀 더 활발하게 논쟁을 벌였으면 좋겠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