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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야구] 스타 스토리20. 로베르토 페타지니

중앙일보

입력

99년 베네주엘라 출신 용병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29)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만해도 그는 야구가 아닌 다른 측면때문에 일본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다름아닌 그의 아내 올가(54)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무려 25살이나 많은, 나이로 치면 아내보단 어머니 뻘에 가까운 와이프를 둔 이유로 페타지니는 일본 매스컴의 가십거리가 되는 걸 감수(?)해야만 했다.

실제로 페타지니가 99년 최고의 성적으로 홈런왕에 오를 때까지 그에 대한 일본 매스컴의 태도는 가십적인 관점이 농후했다. 일례로 닛칸스포츠는 페타지니의 맹타를 "사랑의 힘"에서 오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유독 올가가 스왈로즈 덕아웃 뒤에 앉아 있을 때, 페타지니가 최고의 타격을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사랑이 힘이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99년에 페타지니가 눈부신 성적을 올린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일단 일본 진출 첫해에 페타지니는 무려 44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왕에 등극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외에도 페타지니는 타율은 0.325, 타점은 112점을 기록하며 단순한 파워히터가 아닌 정교함과 집중력을 겸비한 위협적인 타자임을 과시했다. 이해 페타지니가 얻은 볼넷이 무려 116개(1위)나 된다는 데에서 센트럴리그 투수들이 그를 얼마나 공포스러워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2000시즌에 들어와서도 페타지니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일본야구에 더욱 적응이 되면서 페타지니는 1백36전경기 출장에 36홈런(2위), 96타점(3위), 97볼넷(2위), 타율 0.316(4위)이란 탁월한 성적을 내면서 마쓰이(요미우리), 로즈(요코하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센트럴리그 최고 타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페타지니는 일본에서 뛴 지 불과 2년밖에 안 되었지만 작년 44개, 올해 36개의 홈런을 뽑아냄으로써 소레이다(前 니폰햄)와 브라이언트(前 긴데쓰)에 이어 일본야구 사상 3번째로 2년동안 80홈런을 친 타자가 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여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페타지니는 좌,중,우 모든 방향으로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하며 잡아당기는 파워뿐아니라 밀어치는 테크닉도 빼어난 타자임을 입증했다.

또한 그의 화끈한 타격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는 생각보다 괜찮은 주루능력도 갖추고 있다. 99년 페타지니는 11번의 도루시도에 10번을 성공했고, 작년에도 7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비범한(?) 주루센스를 보여줬다.

또한 아직 나이도 한창이고 자기관리도 철저한 편이기 때문에 다소 선구안이 나빠서 삼진을 많이 당하는(작년시즌 1백16삼진으로 리그1위) 결점만 보완한다면 앞으로 더욱 가공할 위력을 떨치며 바비 로즈의 뒤를 잇는 최고 용병타자로서의 위용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페타지니가 온 이후 줄곧 야쿠르트는 '90년대의 팀'에서 다소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성적이 3년연속으로 4위에 그친데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먼저 우완 에이스 가와사키는 이미 주니치로 떠났고, 좌완 에이스 이시이도 내년시즌 메이저 행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마운드의 좌우축이 다 빠져나갈 위기에 처해있다.

여기에 그동안 야쿠르트의 주축을 이뤄왔던 후루타나 다카쓰도 이젠 조금씩 노쇠화를 보일만한 나이로 점점 접어들고 있어서 장래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팀 부동의 4번타자인 페타지니의 역할이 점점 커질수 밖에 없다. 앞으로 야쿠르트가 90년대의 왕국을 재건할지 아니면 과거 고쿠데쓰 시절과 같은 약체로 전락할지는 페타지니의 활약 여하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로베르토 페타지니 (Roberto Petagine)-
생년월일: 1971년 6월 2일
신장,체중: 185cm,84kg
투타: 좌투좌타 백넘버: 9번
소속: 야쿠르트(99-)
통산성적: 270경기,300안타,80홈런,208타점,통산타율0.321(2년간)
수상경력: 99년 홈런 1위, 출루율 1위
2000 골든글러브, 베스트나인(1루수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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