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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 OK … 염색 파마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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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학생·교사·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한 교육권리헌장이 제정됐다. 교육 당사자의 권리·의무를 헌장 형태로 만든 것은 대구가 처음이다. 앞서 서울·경기·광주교육청은 학생의 인권보장을 위해 조례를 만들었다. 대구시교육청은 15일 오후 6시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대구교육권리헌장’ 선포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학생·교사·학부모·교육단체관계자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교육권리헌장은 전문과 3장 38조로 구성돼 있다. 제1장은 학생의 권리와 책임, 제2장은 교원의 권리와 책임, 제3장은 부모 등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눈에 띄는 내용도 적지 않다. 학생의 권리 중 개성을 실현할 권리에는 두발에 관한 조항이 있다. 학생들이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하기 위해 두발의 길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규제하려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규칙을 개정토록 했다. 또 학생의 일기장이나 개인수첩 등 개인 기록물을 보여 주지 않을 권리도 명시했다. 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서약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교원에겐 학생이 수업을 방해할 경우 학생 징계요청권을, 학부모가 교원의 학생지도를 부당하게 간섭할 경우 학교장이 법령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는 학교에 의견을 제시하고 교육 활동의 내용을 공지받을 권리와 학교 규칙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시정을 요청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교육권리헌장 제정작업은 2010년 12월 시작됐다. 각계 대표 12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30여 차례 회의와 공청회, 학생교사 학부모의 설문조사를 거쳐 만들어졌다. 학생·교사·학부모의 교육권과 책임을 규정해 조화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학생들의 권리가 중심인 타 지역의 학생인권조례와 다른 부분이다. 두발의 길이는 규제하지 않지만 염색·파마는 금지한 것도 차이점이다. 동성애 등 성적(性的) 취향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의 규정도 두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교육권리헌장을 9월 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맞춰 학교규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교육권리헌장 업무추진 매뉴얼을 각 학교에 보급한다. 학교폭력 등 학교 분쟁 예방과 학생의 권리 지원 및 교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담 변호사도 두기로 했다. 시교육청 김영탁 학교생활문화과장은 “학생 지도 등에 학교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점을 고려해 강제성을 띈 조례보다 헌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교육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권리헌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헌장보다 조례로 학생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발 등의 민감한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보다 학교규칙을 통해 기준을 설정토록 떠넘긴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조성일 사무처장은 “규제를 푸는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학교규칙에 떠넘기면서 결국 알맹이가 빠진 누더기 헌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대구교육권리헌장 주요 내용

학생의 권리와 책임

● 복장·두발 등 용모에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3조) - 길이 제한 없고, 염색·파마는 금지
● 특정 종교의식 참여 및 종교과목 수강 강요 금지(7조)
● 빈곤, 장애, 한 부모 가정등 소수자 학생의 권리(20조) - 성 소수자, 임신·출산 학생의 차별금지 내용은 없음

교원의 권리와 책임

●학생이 수업방해하거나 교권 침해할 경우 학교장에게 징계 요청 가능(22조)
● 학부모의 부당한 학생 지도 간섭이나 교권 침해 금지(22조)

학부모 등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

●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학교규칙 시정 요구 가능(35조)
● 소수자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요구 가능(37조)
● 금품·향응 제공 금지(3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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