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한미은행 합병 어려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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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의 합병이 물건너간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 `무산'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미련을 두고 있는 눈치도 아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한미은행 합병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미은행의 대주주 칼라일측은 여전히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지난해말 기자회견에서 `2000년말까지 한미은행측에서 성의있는 답변이 오지 않으면 다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력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은행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칼라일그룹 아시아지부장인 김병주씨가 지난 5일 입국, 뭔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으나 6일 한미은행의 임시주주총회만 서둘러 마치고 다시 출국,하나은행측을 크게 실망시켰다.

한미은행 고위관계자는 "하나은행과의 합병추진 발표가 나간 직후부터 한미은행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면서 "두 은행간 합병이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8일 "한미은행측이 지금까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다른 변수가 없는 한 합병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6일 일부 은행들이 합병을 위해 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아직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합병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는 두고봐야 알 일"이라면서 "우리(한미측) 대주주가 합병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하는데 그 저의가 무엇인지는 한번쯤 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두 은행 합병구도가 깨질 경우 선택할 길은 독자생존 말고는 거의 없다'면서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이 결정된 마당에 합병카드를 포기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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