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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공작원들, 대머리 대사보고 착각해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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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재욱(사진) 전 환경부 장관은 1983년 ‘아웅산 테러’ 현장의 생존자 두 명 중 한 명이다. 청와대 공보비서관이었던 그는 테러 현장 단상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기다리던 1급 이상 공식수행원 15명 중 하나였다. 이들 15명 중 13명이 숨졌고, 대열 맨 끝에 서 있던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과 최 전 장관만 살아남았다.

 북한 테러를 현장에서 겪었던 최 전 장관은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이념에 빠진 사람들은 일반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다음은 최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테러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대통령 도착 4분 전에 선발대가 도착해서 ‘곧 각하가 오십니다’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정렬하니 바로 ‘꽝’ 하고 폭탄이 터졌다.”

 -폭발 직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

 “사고로 지붕이 무너진 줄 알았다. 그런데 병원에 가보니 침대시트를 덮어놓은 게(시신들) 보이더라. 그래서 ‘아! 테러구나’ 깨달았다.”

 -대통령을 노린 테러였는데 왜 폭탄이 미리 터졌나.

 “이계철 미얀마 대사(사망)가 선발대로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이 대사 차에 태극기가 달렸고, 이 대사가 (전 전 대통령처럼) 대머리였다. 그래서 범인들이 착각을 한 것이다.”

 -당시 부상 정도는 어땠나.

 “두개골이 함몰되고, 고막이 터졌다. 손과 허벅지에 관통상도 입었다. 현지 병원에 갔는데 항생제도 없고, 수돗물로 상처를 씻어주는 바람에 귀국 후에도 4개월 고생했다.”

 -당시 미얀마 정부는 어떻게 움직였나.

 “자기들이 최근 교체한 정보기관장 쪽에서 테러를 저질렀을 수 있다면서 사과부터 하더라. 오히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얀마가 아니라) 북한 테러 수법과 비슷하니 수사해보라’고 제안했다.”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박세직 당시 안기부 차장이 미숫가루 등 기존 북한 공작원의 소지품을 들고 현지로 갔다. 그런데 용의자들 소지품에서 (북한 공작원 것과 같은)미숫가루가 나오면서 단서가 됐다.”

남궁욱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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