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배경]

중앙일보

입력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일 전격적으로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미국경제의 급속한 둔화국면이 장.단기적으로 미국경제의 주름살이 깊어 질것으로 우려했기 때문로 분석되고 있다.

주택판매 등 일부 통계가 여전히 미국경기가 그렇게 우려할 만큼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일 발표된 전국구매관리자협회(NAPM)의 제조업공장지수는 금융통화당국의 우려를 심화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공장지수는 지난달 43.7로 지난 91년 4월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초 경제분석가들은 11월에 47.7이었던 공장지수가 12월에는 47.0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락폭이 너무 커져 버린 것이다. 2일 이같은 수치가 발표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위축됐던 뉴욕증시는 2일 나스닥종합지수를 필두로 주요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연출했다.

FRB가 현재의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은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예정인 오는 30-31일을 거의 4주나 앞두고 갑작스럽게 금리를 인하했다는 점이다. 그 폭도 당초 예상했던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로 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FRB는 사실 지난해 12월29일의 FOMC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업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었다.

일부 경제분석가들은 FRB가 지난 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지나치게 금리를 올림으로써 경제에 부담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기간에 FRB는 기술주 주가가 폭락한 이후에도 한번에 0.5%포인트나 인상하는 등 모두 6회나 금리를 올렸다. 연방기금금리 기준으로 6.5%까지 올라간 것이다. 이 바람에 실질금리는 15년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이 크게 상승, 근로자 몫으로 돌아갈 이익이 적어졌다. 자금조달비용이 크게 불어나면서 기업의 수익은 크게 저하됐다.

이와 관련, 웰스 파고의 손성원 박사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잇단 6회의 금리인상 중 마지막 한,두번은 금리인상을 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FRB는 이날 금리인하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경기의 급속한 둔화조짐이 보이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FRB의 신속한 금리인하는 어쨌든 기업, 투자자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의 주가는 폭등했으며 특히 그간 미 경제의 위축에 따른 기업수익저하 등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연간낙폭인 39%나 떨어졌던 나스닥종합지수는 장중 사상 하루최대 상승폭인 11% 이상 올랐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가 소비자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게 할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자동차, 컴퓨터 등 주요 내구재의 수요는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에너지가격의 상승 등은 미국 소비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또 이번 금리인하가 조지 W 부시 당선자 정부의 감세정책과 어떻게 맞물려 갈는지도 주목 대상이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