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MLB 구장분석 (11) - 리글리 필드

중앙일보

입력

리글리 필드
(Wrigley Field)

건축 : 1914년 4월 23일
해발 : 181m
표면 : 천연잔디
관중석 : 38,884
펜스 : 좌측부터 108m-112m-122m-112m-108m

▶ 역사 & 특징

1914년에 개장한 위그먼 필드(당시 리글리 필드의 명칭)는 원래 시카고 컵스를 위한 구장이 아니었다. 기존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페더럴 리그'를 제창한 찰스 위그먼이 시카고 페더럴 구단을 위해 만든 것.

그러나 페더럴 리그는 출범 2년만인 1916년에 좌초됐고, 위그먼 필드도 껌 재벌 윌리엄 리글리에게 팔렸다. 리글리는 구장 이름을 컵스 파크로 정했다가, 1926년에는 다시 리글리 필드로 바꿨다.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뉴 펜웨이 파크'를 완공하게 되면 현역 최고(最古)의 구장이 될 리글리 필드에는 수많은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다.

리글리 필드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빌 비크 시대였다. 1937년 비크는 외야 관중석과 수작업 스코어보드를 만들었으며 외야펜스에 담쟁이 넝쿨을 길렀다.

지금도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는 스코어보드는 여태껏 한번도 타구를 맞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로베르토 클레멘테와 빌 니컬슨의 홈런 타구가 간발의 차로 비켜가기도 했던 스코어보드는 훗날 홈플레이트에서 티샷을 한 샘 스티드에 의해 골프공을 맞게 된다.

좌우측 파울 폴(pole)에는 각각 '14'와 '26'이란 숫자가 적힌 깃발이 걸려 있다. 14와 26은 어니 뱅크스와 빌리 윌리엄스의 영구결번 번호.

경기가 끝나면 리글리 필드의 바깥에는 승패를 알려주는 깃발이 걸린다. 컵스가 승리하면 파란색 'W'가 쓰여진 흰 깃발이, 패하면 흰색 'L'이 쓰여진 파란 깃발이 걸렸던 전통은 90년대 초반 승리 때 파란 깃발을 거는 것으로 바뀌었다. 흰색이 항복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7이닝 스트레치'에서는 '야구장으로 날 데려다 주(Take me out to the ballgame)'를 선창하는 전통이 있다. 이것은 원래 전속해설가 해리 커레이의 몫이었지만, 98년 커레이의 사망 이후에는 유명인사들이 한 명씩 등장하여 부르고 있다. 배우 멜 깁슨, 농구선수 스코티 피펜, 가수 마이클 볼튼도 리글리 필드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명장면도 많이 연출됐다. 1917년 히포 본과 프레드 토니의 '듀얼-노히터(Dual-no hitter)', 1932년 베이브 루스의 '예고 홈런(Called shot)', 1938년 가비 하트넷의 '황혼의 홈런(Homer in the Gloamin)'이 대표적인 것들.

최근 메이저리그에는 구장 신축의 붐이 일고 있지만, 현재 컵스는 아무런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리글리 필드를 사랑하는 컵스 팬들 역시 새구장 같은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 구장 분석

리글리 필드는 메이저리그 구장중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구장이다. 바람에 따라 리글리 필드는 '타자들의 구장'이 될 수도, '투수들의 구장'이 될 수도 있다. 대체로 미시건 호로부터 맞바람이 불어오는 시즌 초에는 투수들이, 바람이 반대로 부는 한여름에는 타자들이 유리하다.

리글리 필드는 해발 181m의 높이에 위치한 탓에 홈런이 많이 양산되기도 한다.

메리언 블루그래스라는 품종의 내야잔디는 타구속도가 급격하게 죽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내야수들은 수비범위의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항상 앞으로 돌진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다.

외야에는 각 코너의 외야수들, 좌익수와 우익수의 수비가 중요하다. 리글리필드의 좌우외야의 펜스에는 굴곡이 있으며, 특히 파울타구를 잡으려 무작정 달려가다가는 벽돌 펜스에 부딪혀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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