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바이어에게도 외면 당하는 PC '재고만 쌓이네!'

중앙일보

입력

기업 바이어들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스토리지를 구매하고 있다. 소비자 판매가 시들해진 상태에서 PC 제조업체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주요 PC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그 이유는 5년만에 처음으로 4/4분기 판매 부진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PC 제조업체들이 판매되지 않은 컴퓨터로 가득한 창고를 깨끗이 비우고 판매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인하와 최고 300달러나 되는 리베이트가 소비자들을 유혹하긴 하지만, PC 제조업체들은 기업 바이어들이 그들의 수입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지난 18여개 월 동안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해왔던 IT 책임자들은 이제 그들의 관심을 소프트웨어와 스토리지 같은 다른 영역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주에 걸쳐 eWEEK가 접촉했던 수많은 IT 전문가들은 앞으로 적어도 1~2년 동안은 그들의 기존 하드웨어만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모틀리 풀(The Motley Fool Inc.) 웹사이트인 풀닷컴(Fool.com)의 MIS 담당 이사인 조엘 샐러몬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해도, 사람들이 지금 갖추고 있는 것 이상으로 더욱 강력한 PC 시스템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적어도 내년은 그럴 것이다. 우리가 지출을 늘릴 유일한 분야는 아직까지 스토리지 분야"라고 밝혔다.

모틀리 풀이 데이터 스토리지 용량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인터넷 관련 기업들에 의한 스토리지 구매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PC 지출은 뒷전

모건 스탠리 딘 위터 디스커버(Morgan Stanley Dean Witter Discover & Co.)가 실시한 CIO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 PC는 21개의 지출 범주 가운데 17번째를 차지했다. CIO들은 데이터베이스, 마켓플레이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에 좀더 치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가지 새로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점점 늘어나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IT 매니저들로 하여금 지출을 줄이도록 다그치고 있다고 한다. 모건 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테크놀로지 지출은 2000년에 12%까지 증가했다가 2001년에는 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조사 대상이 된 기업들 가운데 15% 이상이 사실상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메릴 린치에 의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평균적으로 기업들이 2001년에는 IT 분야에 더 많이 지출할 계획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면서 이미 두 달 전부터 예산을 삭감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UPMC 헬스 시스템(UPMC Health System)의 시스템 및 기획 담담 매니저인 조 퍼먼스키는 "현재의 느낌으로는 앞으로 우리의 지출이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약간 줄어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만 5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사업을 확장하고 병원들을 인수하면서 수천 대의 컴퓨터를 구매한 바 있다. 퍼먼스키는 회사측이 앞으로 몇 번 더 인수할 가능성이 있지만,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필요성은 사실상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케어 메디컬 그룹(Mericare Medical Group) 네트워크 코디네이터인 덕 롱은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것을 구매할 뿐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구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는 IT 예산 축소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면서 이번 12월말에 전문 PC 판매에 대한 전망을 낮춰 2001년 성장률을 12.8%로 잡았다. 가트너가 두 달 전에 예측했던 약 25% 성장률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 애널리스트인 토드 코트는 "우리는 추수감사절을 전후해 처음으로 판매 부진에 대해 경고했으나 그 이후 사태가 계속 악화돼왔다. 리베이트조차도 판매 촉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가격 하락

시장 조사 기업인 PC 데이터는 최근 몇 년 동안 PC 제조업체들이 누려왔던 확고한 4/4분기 매출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11월의 소매 컴퓨터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7.5%나 하락했으며, 12월에는 적어도 15%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1995년 이래로 처음 있는 4/4분기 매출 하락이다.

이런 침체 현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회사는 컴팩컴퓨터일 것이다. 조사 기업인 ARS가 밝힌 바에 따르면, 컴팩컴퓨터는 지난 10월말 현재 10.5주 상당의 재고를 보유했다고 한다. 이는 업계 평균치인 4주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컴팩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기를 거부했지만, 한 경영진은 회사측이 7주 상당의 재고를 유통 채널에 보유하고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휴렛팩커드 역시 높은 재고율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원인은 대부분 작년에 IBM과 팩커드 벨 NEC가 소매점에서 손을 뗀 후 소매 판매에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높은 재고 수준은 제조업체들과 소매업체들에게 재정적인 부담을 안겨준다. 컴퓨터는 그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며 판매되지 않은 컴퓨터를 보관하는 것은 창고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매출이 기대 수준 이하로 떨어지고 재고 수준도 이미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PC 제조업체들은 시스템에 대해 500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소매업체들은 그에 더해 100달러를 할인해주고 있다.

델컴퓨터는 재고 필요성을 없애주는 주문 생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격 인하 정책에 동참해왔다. 델, 컴팩, HP 대변인들은 분기 실적 발표 이전의 침묵기라는 이유로 2001년 전망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가격이 사실상 얼마나 하락할 것이냐는 PC 제조업체들이 과잉 재고를 처분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지, 그리고 컴퓨터 매출이 얼마나 많이 강화될 것인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격 인하가 판매 촉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ARS 애널리스트인 매트 사전트는 "이런 기업들은 재고를 없애는데 필요한 가격 수준으로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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