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리뷰]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

중앙일보

입력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주인공 김전일의 할아버지인 '킨다이치 코우스케(金田一 耕介)
'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다.

'킨다이치 코우스케'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은 아니다. 그도 손자 김전일처럼 소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추리 소설은 큰 인기를 끌었고, 아직까지도 일본의 추리 소설을 뽑으라면 '에도가와 람포(江戶川 ランポ)
'의 작품과 더불어 일본 추리 소설의 양대 산맥의 한 쪽을 이루고 있다.

그의 모습은 쇼와 초기(1910년쯤)
의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허름한 남자 키모노(물론 저급한 것)
에 게타(일본의 전통 신발)
를 신고, 덥수룩한 머리를 긁적이면서 나타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추리 실력만은 일급으로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그런 '킨다이치 코우스케'에게 가상의 손자를 만들면 어떨까. 물론 할아버지처럼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소년으로...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만화가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이다.

요미우리 TV와 일본 TV 계열에서 절찬 리에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은 얼마 전에 끝이 났다. 그러나 출판만화는 '주간 소년 매거진'에서 계속 연재중이다.

스토리의 시작은 사건부터였다. '천재' 킨다이치 코우스케를 할아버지로 둔 김전일(일본명:킨다이치 하지메)
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고교생. 하지만 날카로운 통찰력과 추리력(그리고 약간의 도둑질)
을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그가 처음에 만난 사건은 '오페라좌의 살인 사건'. 유명한 오페라인 '오페레좌의 유령'을 흉내내어 저질러진 살인 사건이었다. 그에 뒤이어, '육각촌 살인사건', '비보도 살인 사건' 등, 그가 애니메이션 판에서 해결한 사건만해도 48건(어지간히 사건이 따라다닌 모양이다)
. 그 대부분이 살인 사건이었다.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애니메이션이다.

먼저, 유명한 소설의 주인공에게 손자가 있으면 어떨까하는 컨셉으로 시작해서 다수의 추리 소설 팬을 애니메이션으로 끌어넣은 것. 추리 소설의 팬은 추리 영화, 만화를 싫어하는데, 추리 소설의 기본 골격인 '발단→ 살인→ 주인공의 고민→ 해결'이라는 기본적인 틀을 유지했기 때문에 소설의 팬들을 그대로 지켜냈다고 볼 수 있다.

또, 거기에는 남다른 고민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되는 만화의 제작에 관여하는 사람도 10명에서 30명(사건마다 틀리다)
. 물론 만화 그리는 사람과 원안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추리 부문의 검토자들이다. 이들은 추리 소설가나, 추리 소설의 매니아들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이들은 색다른 사건을 만들어 내거나 색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내거나 하는 일을 한다. 만들어진 원안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 또 다 그려진 만화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정확하게 검토했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점은 발견되는 모양이다.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불리는 '육각촌 살인 사건'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미이라 조각은 사실 맞지 않는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밝혀졌다. 원작자와 검토자들도 실제 실험(물론 인형)
을 통해서 맞지 않는 것을 알고 실패했다고 토로한 적도 있었다.

다음으로는 이 애니메이션이 추리 만화의 붐을 만들어냈다는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만화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뒤이어 많은 추리 만화들이 등장해서 큰 인기를 끈 것이다. 그 후, 이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가 애니메이션화 되고 나서부터는 뒤따라 많은 추리 만화들이 애니메이션화되었다. 말하자면 추리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역할을 한 셈이다.

또한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는 뒤의 추리 만화들에게 기본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최초의 추리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오긔스트 뒤팡의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이후 추리 소설은 '발단→ 살인→ 주인공의 고민→ 해결'의 과정을 지켜왔다.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는 그 틀을 잘 지켜냈고, 그것은 뒤이은 만화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마지막으로 큰 의의가 한가지 더. 그것은 추리 소설에 '감동'을 더한 것이다.

추리 소설은 해결 과정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과 '아~ 이 녀석이 범인이었구나'하는 놀라움과 통쾌함이 재미의 근간을 이룬다. 하지만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는 거기에 감동을 얹었다. 소설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만화로서의 특징을 잘 살린 결과라 하겠다. 시각적인 면을 이용하면서 감동을 더해준 것이다.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는 만화 원작을 잘 살린 데다 원래 인기가 있었던 작품인지라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작품이다.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라는 대사와 "수수께끼는 풀렸다!" 라는 대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작품이다.

· 분류 : 일본애니메이션

· 원제 : 金田一少年の事件簿

· 감독 : 니시오 다이스케

· 원작자 : 아마기 세이마루

· 각본 : 카나리 요자부로

· 제작년도 : 1996년 (TV시리즈)

· 제작사 : 도에이 동화/ 요미우리 TV

· 음악 : 와다 카오루

Joins 하승빈 객원기자 <cityknigh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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